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90

기업복지와 국가복지, 이중구조가 만드는 격차 최근 몇 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반복해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격차를 임금만으로 판단하면 실제 격차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사내복지기금, 선택적 복지제도,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사택 지원 같은 '기업복지'가 임금 위에 또 하나의 층을 쌓고 있고, 이 층은 국가복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복지와 국가복지가 어떻게 서로 다른 논리로 작동하면서 이중의 격차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이 구조가 한국 복지국가 설계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복지의 세 갈래: 티트머스의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유효한 프레임영국의 사회정책학자 리처드 티트머스는 1958년 저작에서 복지를 세 갈래로 구.. 2026. 8. 31.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지출은 대체 관계인가 보완 관계인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부의 복지 지출 부담은 줄어들까요, 아니면 오히려 늘어날까요. 두 정책은 흔히 "시장이 할 것인가, 국가가 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으로 논의되지만, 실제로는 제도의 접점마다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저임금과 복지 지출이 하나의 소득보장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왜 "대체냐 보완이냐"로 단순화될 수 없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두 가지 소득보장 경로 - 시장경로와 재정경로저소득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크게 두 개의 파이프를 통해 채워집니다. 하나는 노동시장을 거치는 시장경로로, 최저임금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가 재정을 거치는 재정경로로, 근로장려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경로는 언뜻 독립적으로 보이.. 2026. 8. 30.
산업재해보상보험, 특수고용직에게는 왜 늦게 적용됐나 - 근로자의 문턱과 전속성의 덫 택배기사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거나, 대리운전기사가 콜을 받으러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학습지 교사가 방문 수업 중 사고를 당했을 때, 이들은 오랫동안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의 보호 밖에 있었습니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라면 당연히 받았을 보상을,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재보험이 특고에게 적용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 지연의 구조를 법 개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짚어보고자 합니다. 1. 산재보험은 원래 '근로자'만을 위한 제도였습니다산재보험법은 제5조에서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례는 이 근로자성을 '사용종속관계'의 유무로 판단해왔습니다.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 2026. 8. 29.
육아휴직급여 사용률이 낮은 진짜 이유 - 소득대체율의 함정 정부는 매년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올리고, "소득대체율 80~100%"라는 숫자를 앞세워 제도 개선을 홍보합니다. 실제로 2025년 상한액이 월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오르면서 사용자 수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는 왜 여전히 많은 부모, 특히 소득이 높은 쪽의 부모가 육아휴직을 망설이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득대체율"이라는 지표 자체에 숨어 있는 구조적 함정을 짚어보고, 사용률이 왜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 통계로 보는 두 얼굴: 늘어난 숫자, 여전한 한계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육아휴직급여를 포함한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이용자는 34만 2,388명으로 전년 대비 33.3% 증가했고, 남성 수급자는 6만 7,200명으.. 2026. 8. 28.
한부모가족 지원제도, 사각지대는 어디에 남아있나? 2026년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이 6,260억 원으로 편성되며 전년보다 6% 늘었습니다. 복지급여 지급 기준이 완화되고, 양육비 선지급제 소득 기준도 10월부터 폐지될 예정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매년 확대되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만나는 한부모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지원이 있는 줄 몰랐다", "자격이 애매해서 못 받았다", "받다가 갑자기 끊겼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예산 증액이라는 숫자 뒤에 여전히 남아 있는 구조적 사각지대를, 제도 설계의 논리를 따라가며 짚어보려 합니다. 1. 생애주기의 경계에서 갈라지는 지원한부모가족 지원제도는 나이를 기준으로 여러 층위로 나뉘어 있습니다. 모(부)의 연령이 만 24세 이하이면 '청소년한부모', 25~34세이면 '청년한부모'로 분류.. 2026. 8. 27.
보육정책이 저출산 대책이 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 정부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8년간 무려 378조 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23명에서 0.80명대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확충, 부모급여 등 '보육정책'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육정책이 부족해서 효과가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애초에 보육정책이라는 정책 수단 자체가 저출산이라는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던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후자의 관점에서, 보육정책이 저출산 대책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를 짚어보려 합니다. 1. 개입 시점의 불일치 - 보육정책은 '출산 이후'에만 작동한다보육정책의 본질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 설계 자체가 '이.. 2026. 8. 26.
아동수당 제도의 국제 비교 - 금액보다 중요한 설계 원칙 올해 4월, 한국의 아동수당 제도가 적지 않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지급 연령이 9세 미만으로 확대되고, 거주 지역에 따라 월 10만 원에서 12만 원까지 금액이 달라지는 차등 지급 구조가 도입된 것입니다. 언론과 정책 논의는 대부분 '얼마 받는지'와 '누가 새로 대상이 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아동수당이라는 제도를 오래 관찰해 온 입장에서 보면,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이 제도를 어떤 원칙으로 설계하느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 캐나다, 영국의 아동수당 제도를 통해 금액 비교로는 보이지 않는 설계상의 선택들을 짚어보겠습니다. 1. '얼마'보다 '어떻게'가 중요한 이유아동수당 제도를 국가 간에 비교할 때 가장 흔한 접근은 월 지급액을 나란히 놓고 어느 나라가 더 후하게 지원하는.. 2026. 8. 25.
지방교부세와 복지 사업, 중앙·지방 재정 분담의 딜레마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하는 예산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기초연금, 생계급여, 영유아 보육료처럼 국가가 설계하고 지방이 일부를 분담하는 복지 사업들이 해마다 몸집을 불려 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을 뒷받침해야 할 지방교부세의 산정 구조가 20년 가까이 그대로 멈춰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라는 두 재원조달 통로가 복지 지출 확대 앞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격차가 왜 구조적 딜레마로 굳어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지방재정조정제도의 두 축: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한국의 지방재정조정제도는 크게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라는 두 개의 통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제도는 겉보기에는 비슷한 '중앙에서 지방으로 가는 돈'이지만, 성격은.. 2026.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