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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SG와 에코투어리즘: 글로벌 관광 산업의 변화와 환경적 책임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5. 11. 7.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관광 산업의 화두는 ‘ESG’와 ‘에코투어리즘’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관광이 단순한 소비 행위로 여겨지지 않고, 환경과 지역 사회, 그리고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책임 있는 여행’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가 지역 발전의 지표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방문했는가’, ‘지역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남겼는가’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뿐 아니라 관광지와 여행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여행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의 핵심 가치

세계 관광기구(UNWTO)는 에코투어리즘을 ‘자연 자원을 기반으로 한 책임 있는 여행’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에코투어리즘은 단순히 자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문화를 존중하며,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일부 숙소에서는 플라스틱 어메니티를 없애고,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식재료로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또한 여행자들이 지역 환경 정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행을 통한 공감과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관광은 단순히 ‘환경’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역 주민의 삶과 자존감을 보호하고, 관광 수익이 지역 경제로 환원되도록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축입니다. 즉, 여행이 지역 공동체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죠.

 

해외에서의 ESG 실천 사례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ESG 관광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유럽의 피오르 지역에서는 유람선 대신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전기 보트를 도입했고, 발리에서는 관광 수익의 일정 비율을 산호초 보호 기금으로 환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교토에서는 ‘조용한 관광’을 시행하여 관광객이 지역 문화와 주민들의 일상을 존중하는 여행 문화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대형 호텔 체인부터 소규모 숙박업체, 관광지 운영 주체까지 모두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설비 도입,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 공정 무역 커피 제공 등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도 눈에 띕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결국 여행객의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관광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여행자의 역할: ‘환경적 책임’의 주체로

관광 산업의 ESG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여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입니다. 여행을 떠날 때 재활용 가능한 물병을 챙기고, 지역 소상공인의 가게를 방문하며, 필요 이상의 자원 소비를 피하는 일은 작은 행동 같지만 큰 변화를 만듭니다.

 

또한 친환경 숙소나 지속 가능한 관광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곧 ‘투표’와 같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여행자가 지갑을 어디에 여는가에 따라 관광 산업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로웨이스트 여행’, ‘로컬 지속 가능 투어’와 같은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여행 중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운동)에 참여하거나, 에코 인증 숙소를 찾아 인증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죠.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여행자의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흐름입니다.

 

ESG와 에코투어리즘의 미래

앞으로의 관광 산업은 ‘규모의 성장’보다 ‘가치의 성숙’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ESG는 단지 경영 윤리나 사회 공헌을 위한 구호가 아니라, 여행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원칙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시대, 여행 산업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단기간의 이익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중심에는 에코투어리즘이 자리합니다.

 

이제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내가 머물렀던 곳이 더 나은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행은 경험을 넘어 행동이 되어야 합니다.


발걸음이 남긴 따뜻한 흔적

작년 봄, 저는 한적한 남해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방문했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을 이장님과 다시 쓰임을 찾은 폐그물을 정리하던 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파도소리 속에 묻어난 그날의 공기는 단순히 여행이 아닌 ‘참여’의 의미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내가 머무는 순간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여러분의 다음 여행이 조금 더 ‘환경을 위한 배려’로 채워진다면, 그 여정은 이미 아름다운 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에코투어리즘 실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