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여행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의 나’를 함께 설계합니다. 이 글에서는 SNS 시대의 여행이 어떻게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보여주기인지, 아니면 ‘진짜 나’의 한 형태인지 사회학·심리학 관점에서 살펴 보겠습니다.
1. SNS 시대, 여행과 사회적 정체성의 문제 제기
오늘날 많은 분들이 여행지에서 무엇을 볼지보다, 어떻게 찍고 어떻게 올릴지를 먼저 고민하십니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를 중심으로 여행 콘텐츠는 개인 브랜딩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주요 수단이 되었고, ‘나는 이런 곳을 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을 설계하고 연출하는 무대가 됩니다. 동시에 “이게 진짜 나인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인가?”라는 정체성 혼란과 피로감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2. 이론적 배경: 사회적 정체성과 SNS 자기표현
2-1. 사회적 정체성: ‘나는 어떤 집단의 사람인가’
사회적 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을 개인적 특성뿐 아니라, 소속 집단과 라이프스타일로 정의합니다(예: 힙한 카페를 좋아하는 MZ 여행자, 감성 혼행러 등). SNS는 이런 집단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에, 여행 사진·해시태그·스토리들이 곧 “내가 속하고 싶은 세계”를 상징하게 됩니다.
여행 관련 SNS 활동은 특정 여행 스타일(호캉스, 백패킹, 힐링, 럭셔리 여행 등)에 자신을 정렬시키는 상징적 행동이며, 이를 통해 “나는 이런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이 강화됩니다.
2-2. SNS에서의 자기표현과 인상관리
SNS 연구에서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서의 자기표현을 ‘이상적인 나’를 연출하고 관리하는 인상관리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영상 중심 플랫폼에서는 필터, 구도, 편집을 통해 현실보다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기 쉽고, 과시적 자기표현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 불일치(현실의 나와 이상적 나의 간극)가 큰 사람일수록 해시태그나 브랜드 노출을 활용해 과시적 여행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여행 SNS가 때로는 ‘진짜 나’보다 ‘보이고 싶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SNS와 여행 경험: 정보, 동기, 만족의 변화
3-1. 여행 정보 탐색과 FOMO(놓칠까 봐 두려움)
최근 조사에서 Z세대 여행자의 상당수가 여행 영감과 정보의 주요 출처로 SNS를 꼽고 있으며, 많은 소비자가 여행지 선택 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목적지를 탐색합니다. 틱톡·인스타그램의 짧은 여행 영상은 특정 도시, 카페, 포토 스폿을 ‘가봐야 할 곳’으로 빠르게 상승시켜, 여행 트렌드를 집단적으로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FoMO(놓칠까 봐 두려움)는 강력한 심리적 동기가 됩니다. “남들은 다 가는 그 스폿에 나도 가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며, 여행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잡는 사회적 의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3-2. SNS 여행정보와 관광 동기·만족
관광학 연구에서는 SNS 관광정보의 특성(흥미성, 감성, 고유성 등)이 여행자의 관광 동기, 만족, 공유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준다고 보고합니다. 정교하게 스토리텔링된 여행 콘텐츠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저렇게 나도 살아보고 싶다”는 자아실현 욕구를 자극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SNS 상의 사회적 관계(강한 연대·약한 연대)와 신뢰가 여행 정보 수용성과 공유 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즉, 사람들은 단순 광고보다 “나와 비슷한” 인플루언서나 지인의 여행 콘텐츠를 더 신뢰하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다는 정체성 동일시를 느끼게 됩니다.
4. ‘보여주기’로서의 여행: 과시, 비교, 피로
4-1. 과시적 자기표현과 소비 압력
SNS에서 여행은 종종 ‘성공’과 ‘여유’를 상징하는 과시적 소비로 나타납니다. 명품 쇼핑, 고급 리조트, 비즈니스석 항공권 등의 이미지가 강조되며, 이러한 콘텐츠에 자주 노출될수록 일부 이용자는 자신의 현실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존감 저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 불일치가 클수록 인스타그램에서 물질적 요소(브랜드, 럭셔리 호텔 등)를 전면에 내세운 과시적 자기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확인되었고, 이는 여행이 원래 가진 치유·성찰의 기능보다, ‘내가 이 정도는 되는 사람’이라는 증명 수단으로 소비될 위험을 보여줍니다.
4-2. 알고리즘이 강화하는 ‘보여주기’ 정체성
SNS 알고리즘은 반응(좋아요, 댓글, 저장)이 높은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키기 때문에, 자극적인 풍경, 고가의 경험,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여행 이미지가 상위에 노출되는 구조를 갖습니다. 이로 인해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여행보다, 과시적이고 시각적으로 화려한 여행이 ‘정상’ 혹은 ‘이상적’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자신의 실제 여행 경험보다 더 화려하게 보이도록 연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여행 중에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나’보다 ‘잘 나온 사진 속 나’를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이때 형성되는 사회적 정체성은 현실의 감정과 괴리된, 피로를 동반한 ‘보여주기용 캐릭터’가 되기 쉽습니다.
5. ‘진짜 나’로서의 여행: 자기결정성, 몰입, 진정성
5-1. 자기결정성과 SNS 여행 콘텐츠 이용
반대로 SNS를 통한 여행 콘텐츠 이용이 자기결정성(자율성·유능감·관계성)을 충족시킬 때, 여행 경험은 보다 진정성 있는 자기 정체성 형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관광 콘텐츠 이용을 다룬 연구에서는, 자기결정성 요인이 지각된 즐거움과 몰입, 공유 행동, 재방문 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남의 시선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두는 장소와 활동을 선택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공유할 때, SNS는 오히려 ‘나다운 여행’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5-2. 진정성 추구와 여행의 사회학
인도 배낭여행을 분석한 사회학 연구는, 일부 여행자들이 일상적 경쟁과 소비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한 전략으로 여행을 선택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기존 삶의 규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사회적 행위입니다.
이러한 진정성 추구는 SNS에서도 나타납니다. 필터 없는 사진, 솔직한 후기, 실패와 실수까지 공유하는 여행 기록은 완벽한 이미지 대신, 불완전하지만 진짜에 가까운 자아를 드러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여행은 “보여주기용 무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시험해 보는 실험실”이 됩니다.
6. SNS 여행 정체성: ‘보여주기’와 ‘진짜 나’ 사이의 스펙트럼
위의 논의를 종합하면, SNS 시대 여행에서 나타나는 정체성은 ‘보여주기’와 ‘진짜 나’가 양극단으로 나뉘기보다는, 그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쪽 끝에는 과시적 소비, 자존감 불일치, 비교와 박탈감을 동반하는 보여주기형 여행 정체성이 있습니다.
- 다른 쪽 끝에는 자율적 선택, 진정성 추구, 자기성찰과 성장을 동반하는 진짜 나형 여행 정체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실제 여행은 이 둘이 뒤섞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용 예쁜 사진을 찍으면서도, 동시에 그 공간에서의 사색과 만남을 통해 삶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콘텐츠가 내 삶과 가치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스스로 묻는 태도이며, 그 질문이 깊어질수록 SNS에 드러난 여행 정체성은 점점 ‘보여주기’에서 ‘진짜 나’에 가까워집니다.
7. 실천적 제안: 여행과 SNS를 연결하는 몇 가지 질문
SNS 시대에 여행을 계획하실 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면 정체성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여행에서 꼭 올리고 싶은 사진 말고, 꼭 느끼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요?
- 인플루언서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이유로 선택한 장소가 한 곳이라도 있나요?
- 이 여행을 기록할 때, 잘 나온 장면뿐 아니라 불편함·실수·생각의 변화도 함께 적어볼 수 있을까요?
- 좋아요 수와 상관없이, “이건 지금의 나를 잘 보여준다”라고 느끼는 한 장면을 골라본다면 무엇일까요?
이 질문들을 통해 여행과 SNS 활동은 타인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과제가 아닌, 나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도구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도움 글·연구 출처]
- 「SNS에서의 사회적 관계, 신뢰, 정보수용성이 여행정보 공유의지에 미치는 영향」, 관광정보공유 모형 연구.
- 「SNS 관광정보 특성이 관광자의 관광만족과 SNS 활용에 미치는 영향」, 한국산업정보학회지.
- 「관광지 스토리텔링이 SNS 관광 가치와 여행사 관계 몰입에 미치는 연구」, 관광 스토리텔링·SNS 가치 연구.
- 「자존감 불일치와 SNS에서의 과시적 자기표현 간의 관계」, 한국광고홍보학회지.
- 「자기결정성 요인이 인스타그램에서의 관광콘텐츠 이용 시 지각된 즐거움, 몰입, 공유행동 및 재방문의도에 미치는 영향」, 관광·디지털콘텐츠 연구.
- 「진정성 여행의 사회학적 연구 - 인도여행의 상상과 실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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