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가끔은 차를 두고 떠나는 여행이 주는 여유가 그립습니다. 시동을 걸지 않아도 창문 밖 계절이 흘러가고, 창밖 풍경이 프레임처럼 이어지는 기차 속 시간은 묘하게 따뜻하지요. 이번에는 KTX를 타고 떠날 수 있는 국내 소도시 여행지 7곳을 소개드립니다. 그 도시들이 머금은 고요함과 낭만을 따라, 잠시 멈춰보는 하루 여행 어떠신가요?
1. 공주 – 시간의 결이 남은 백제의 도시
공주는 대전에서 KTX로 약 30분, 공주역에서 버스로 금강을 건너면 닿는 도시입니다. 공산성의 돌담길을 천천히 걸으면 천오백 년 전 백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단풍이 물드를 무렵이면 산책로 옆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근처에 위치한 공주 한옥마을에서 하룻밤 머물면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기분을 받습니다.
2. 여수 – 바다와 야경이 있는 낭만의 도시
서울에서 여수엑스포역까지 KTX로 3시간 남짓, 바다 냄새가 나는 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설렘이 시작됩니다. 낮에는 오동도 동백숲길을 걸으며 짙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고, 저녁엔 여수밤바다 노래가 떠오르는 낭만적인 해변 카페에서 노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여수 구도심의 교동시장이나 돌게장 골목에서 식사 후 케이블카를 타면, 바다 위에서 반짝이는 도시 불빛이 잔잔히 마음에 스며듭니다.
3. 경주 – 고요함 속 빛나는 시간여행
경주는 언제 가도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입니다. 신경주역에서 내려 대릉원과 첨성대가 있는 황리단길로 향하면 전통과 현대가 조용히 공존합니다. 카페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옥 지붕이 풍경처럼 펼쳐지고, 노을 질 무렵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걷다 보면 물 위에 비친 달빛이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합니다. 단정한 손글씨 간판들이 이어진 골목길에서 찻잔 하나에 하루를 담아낼 수도 있지요.
4. 강릉 – 해돋이와 바다 커피의 도시
KTX로 서울에서 약 2시간이면 닿는 강릉은 사계절 다른 매력을 품은 도시에요. 정동진에서 붉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 강릉항 인근 안목해변 커피거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어느새 마음도 풀립니다. 근교의 오죽헌이나 경포호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몸에 감깁니다. 강릉역 근처의 로컬 식당에서 회덮밥 한 그릇으로 마무리하면 완벽한 하루지요.
5. 목포 – 느릿한 감성이 흐르는 남도 항구
목포는 호남선 KTX의 종착역으로, 오래된 항구의 정취가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유달산 자락의 근대역사문화거리를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과 노포 간판이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갓 김치와 세발낙지 회무침을 맛보며 남도 특유의 진한 풍미를 느껴보세요. 밤에는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유달산 위에서 바다 위 불빛이 반짝이는 풍경을 내려다보면, 세상 근심이 잦아듭니다.
6. 통영 – 바다 위 예술의 도시
부산역에서 KTX로 고속버스를 연계하면 통영은 한나절이면 닿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깃든 세병관, 벽화가 그려진 동피랑 마을, 그리고 통영 중앙시장의 충무김밥이 이 도시의 매력을 완성합니다. 오후에는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섬들을 내려다보면,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이 햇살 가득한 바다 위에서 반짝입니다. 예술적 감성이 흐르는 이곳에서는 ‘잠시 머무는 여행’의 의미가 새삼 깊어집니다.
7. 진주 – 강물 따라 도는 낭만의 도시
진주는 낙동강이 품은 도시로, 진주역에 내리면 한산하고 아늑한 기운이 반깁니다. 진주성 안의 촉석루에서 내려다보는 강변의 밤풍경은 눈부시게 고요합니다. 가을에는 남강유등축제가 열려 붉은 유등이 강 위를 흐르며 반짝이는데, 그 빛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시장에 들러 진주비빔밥을 맛보고, 오래된 찻집에서 들리는 은은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시간의 결이 부드럽게 풀립니다.
여행팁: 기차여행을 더 즐겁게 만드는 작은 준비
- 예약은 코레일 앱을 활용해 승차권 알림 서비스를 설정해 두면 편리합니다.
 - 좌석 방향을 선택하면 창밖 풍경 감상에 좋습니다.
 - 소도시 여행에서는 시내버스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두시면 일정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 지역별로 카드 결제 안 되는 로컬 가게도 있으니 현금 조금은 챙기시길 바랍니다.
 
기차 창밖으로 흘러간 하루
기차여행의 묘미는 도착보다도 흘러가는 순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에 있습니다. 유리창에 비친 얼굴 너머로 산과 들, 바다와 마을이 지나가듯 우리의 일상도 그렇게 흘러가는 걸 느끼게 되지요. 햇살이 기울 무렵, 객차 안의 부드러운 진동과 함께 들려오는 차음(車音)은 묘하게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듭니다.
저는 언젠가 강릉행 KTX 안에서 창밖 바다빛이 눈부셔 잠시 말을 잊었는데, 그때 문득 ‘이게 여행의 본질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루쯤은 기차를 타고 나를 데려가세요. 그 여정 끝에 조용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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