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자들은 ‘힐링’보다 ‘경험’을 찾는다”는 말은,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휴식에서 감정의 가치를 남기는 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본 글에서는 최신 통계와 연구를 토대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배경과, 여행 산업·콘텐츠 기획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힐링을 넘어 ‘감정이 남는 경험’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동안 여행 키워드는 ‘휴식’과 ‘힐링’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발표되는 관광 트렌드 자료를 보면, 여전히 휴식 수요는 높지만, 여행자들이 점점 더 “나만의 경험”, “한 가지 목적에 집중하는 여행”, “현지 생활형 체험” 등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쉼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을 강화해 주는 경험 그 자체를 여행의 핵심 가치로 보는 인식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경험 중심 여행 트렌드: ‘나만의 루트’와 원포인트 여행
2-1. ‘나만의 경험을 찾아가는 여정’ R.O.U.T.E
한국관광공사는 2024년 관광 트렌드 키워드로 ‘R.O.U.T.E.’를 제시하며, 이를 “나만의 경험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정의했습니다. R.O.U.T.E.는 쉼이 있는 여행, 원포인트 여행, 나만의 명소 여행, 스마트 기술 기반 여행, 모두에게 열린 여행 등 5개의 세부 테마로 구성되며, 공통적으로 “개인의 취향과 감정에 맞춘 경험 설계”를 강조합니다. 이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나 관람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축적하는 ‘개인화된 루트 설계’로 이해하는 관점을 드러냅니다.
2-2. 원포인트 여행과 취향 기반 ‘한 가지 목적’ 집중
최근 자료에 따르면, 특정 방문지나 한 가지 콘텐츠만을 위해 떠나는 ‘원포인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35.2%이며, “한 가지 목적에 집중하는 여행을 희망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5.4%에 달합니다. 예를 들어, ‘빵지순례’처럼 특정 빵집·디저트만을 위해 도시를 방문하는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됩니다. 이러한 여행 형태는 장소 자체보다, “콘텐츠를 향유하는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감정”이 핵심 가치라는 점에서 경험 기반 트렌드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2-3. Z세대의 컨셉 여행과 세분화된 경험 욕구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분석에서는, 랜덤 여행, 힐링 여행, 현지 생활형 여행, 디저트 투어, 지역 축제 여행 등 다양한 ‘컨셉 여행’에 대한 높은 니즈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랜덤 여행은 실제 경험보다 “향후 경험 의향”이 더 높은 1위 컨셉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제시됐습니다. 이는 Z세대가 휴식만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성이 주는 감정적 자극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경험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 감정의 가치로 본 여행: 경험 경제와 정서의 연결
3-1. 경험 경제 관점에서의 여행
경험 경제 이론은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소비자가 체험하는 ‘경험’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봅니다. 최근 관광 연구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MTE)이 여행자의 정서, 웰빙, 긍정심리자본, 미래 여행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는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의 회상 빈도가 긍정 정서를 증가시키고 부정 정서를 감소시켜, 결국 재방문·추천 의도 등 장기적 행동 의도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보고합니다.
3-2. 경험적 가치와 감정: 쾌락적·경제적 가치의 역할
개별 여행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개별여행의 경험적 가치 중 쾌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긍정적 감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쾌락적 가치는 긍정적 감정을 높이는 동시에 부정적 감정을 낮추는 효과를 보여, 여행자가 체감하는 감정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는 “얼마나 쉬었는가”보다는 “얼마나 즐거웠는가, 의미 있었는가”가 여행 만족과 충성도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3. 패키지 관광에서도 드러나는 ‘감정적 가치’의 중요성
패키지 관광 동기와 만족도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감정적 가치와 기능적 가치가 태도 및 만족에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편리성과 비용 절감 같은 기능적 요인 못지않게, 여행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흥미·정서적 유대감과 같은 감정적 가치가 전반적인 만족을 설명하는 데 필수 요소로 작동합니다. 결과적으로, 여행의 성공 여부는 일정표의 효율성보다, 그 일정 속에서 형성된 감정 경험의 밀도와 질에 더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4. MZ세대 여행자: 힐링과 경험의 재구성
4-1. 휴식·정신적 힐링에서 ‘경험 중심 동기’로 확장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리포트는, 여행 동기에서 여전히 ‘휴식’과 ‘정신적 힐링’이 상위에 위치하지만, 동시에 현지 미식 체험, 모험 활동, 문화 탐험 등 경험 중심 동기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한 조사에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휴식’(한국 48.5%), ‘정신적 힐링’(한국 37%)이 꼽히는 한편, 현지 미식 체험(한국 53%), 모험 활동(한국 35%), 문화 탐험(한국 31.5%) 등이 실제 행동 동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여행자가 회복을 위해 떠나지만, 그 회복이 “능동적인 경험과 감정의 자극을 통해 완성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4-2. 혼자만의 여행과 자기 정체성 강화
MZ세대 사이에서 ‘혼자 여행(솔로 트립)’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MZ세대의 29%가 최근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자유로운 일정, 혼자만의 시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등이 제시되었는데, 이 역시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고 감정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욕구와 연결됩니다. 혼자만의 여행은 물리적 동행보다 내면의 감정 경험을 중심에 두는 형태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힐링과 경험의 경계를 동시에 포괄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4-3. 한국의 부상과 K-콘텐츠 기반 경험 수요
여행 플랫폼의 글로벌 설문에 따르면, 한국은 2026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종합 순위 5위에 올랐고, 특히 일본 밀레니얼·Z세대가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 1위로 꼽는 등 높은 선호도를 보였습니다. K-콘텐츠와 결합한 촬영지 방문, 공연·페스티벌 참여, 로컬 맛집 탐방 등은 단순 관광을 넘어 ‘문화·정체성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브랜드 역시 감정적 경험과 스토리텔링을 매개로 형성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5. 여행 실무·콘텐츠 기획을 위한 시사점
5-1. “힐링형 패키지”에서 “감정 경험 설계”로
앞서 살펴본 연구와 통계는, 힐링과 경험이 대립한다기보다, 힐링이 점점 ‘감정이 남는 경험’의 한 요소로 흡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여행 상품 기획에서 단순히 “힐링”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일정 전반에 걸친 감정 곡선(기대–몰입–카타르시스–여운)을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숲 치유 프로그램에 스토리텔링, 참여형 활동, 사후 회상 콘텐츠(포토북, 다이어리 등)를 결합하면, 휴식과 동시에 기억에 남는 정서적 경험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5-2. 데이터 기반 세분화: 원포인트·랜덤·컨셉 여행 대응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 원포인트 여행: 빵지순례, 디저트 투어, 공연 관람 등 단일 목적에 최적화된 루트·정보 제공
- 랜덤·컨셉 여행: Z세대가 선호하는 불확실성과 자유를 반영해, 랜덤 미션, 깃발 여행, 테마 기반 큐레이션 등 가벼운 게임 요소 도입
- 현지 생활형·로컬 경험: 로컬 상점, 마을 프로젝트, 워케이션 공간과 연계한 ‘생활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
이러한 세분화는 각각의 경험적 가치가 어떤 감정을 자극하는지(흥분, 안도, 소속감 등)까지 고려해 설계될 때, 장기적인 충성도와 재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5-3. 감정 회상 장치: 여행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험 설계
연구 결과,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의 ‘회상 빈도’가 긍정 정서와 미래 여행 의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행 이후에도 감정 회상을 지원하는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 여행 중 촬영한 사진·영상으로 자동 스토리 영상 제작
- 여행 후 1주일·1개월 뒤에 감정 기록을 묻는 이메일/앱 알림
- 여행지에서 쓴 엽서를 나중에 발송하는 ‘디퍼드 포스트’ 서비스
등은 경험 경제 관점에서 고객 생애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6. “힐링 vs 경험”을 넘어 '감정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요약하면, 요즘 여행자들은 여전히 ‘힐링’을 원하지만, 그 힐링은 더 이상 조용한 휴식만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여행자는 자신만의 목적과 취향을 반영한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오래 회상할 수 있는 구조를 원하며, 이는 기억에 남는 여행 경험·경험적 가치·감정적 가치가 여행 만족과 충성도를 설명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의 여행 트렌드는 “힐링 vs 경험”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감정의 가치가 높은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움 글·연구 출처]
- 한국관광공사, 「2024년 관광트렌드 R.O.U.T.E.」 관련 기사 및 관광데이터랩 분석
- 교보문고 스콜라, 「여행 경험이 심리적 자원과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 학술저널 논문
- DBpia, 「개별여행의 경험적 가치가 감정과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학술저널 논문
- KoreaScience, 「패키지관광 동기에 대한 태도 및 지각적 가치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관광학 연구
- 제일기획, 「데이터로 보는 Z세대 여행법」, 제일 매거진
- Booking.com, 「MZ 세대 여행 트렌드 심층 분석 리포트」 관련 보도자료 요약
- 파이낸셜뉴스·뉴시스, 「나만의 경험 찾아 숨겨진 여행지로 떠난다」, 「2024년, 나만의 경험을 찾는다」 관련 기사
- 한국경제·조선일보 디지틀조선일보, 글로벌 MZ세대의 한국 선호도 및 2026 Travel Pulse 설문조사 보도
- ONDA(온다) 블로그, 「2024 여행 트렌드 및 전망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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