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인류 보편의 욕구이자 현대 경제의 중요한 동력입니다. 그러나 관광이 지나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 관광은 특정 지역의 수용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는 관광객이 집중되어 현지 주민의 삶을 침해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현상입니다. 제주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니스는 오늘날 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세 도시가 왜 관광객을 제한하기 시작했는지, 그 실태와 정책 대응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오버투어리즘의 정의와 발생
배경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관광지역의 사회 기반시설과 관광자원의 수용 능력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과잉 관광'을 지칭합니다. 단순히 관광객 수가 많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 규모가 지역 공동체와 자연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초과했을 때 비로소 오버투어리즘으로 정의됩니다.
이 현상이 심화된 배경으로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저비용 항공사(LCC)의 확산과 항공 노선 확대로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비교적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아고다 등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으로 개인 여행이 대중화되고, 관광객이 호텔이 아닌 주거 지역 한복판에서 숙박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기존에는 관광객들이 주 관광지와 떨어진 호텔에 머물며 관광버스를 통해 잠깐 왔다 가는 형태였으나, 최근에는 셰어하우스와 B&B의 발달, 개인 여행 계획이 쉬워지면서 관광객들이 주거 지역 바로 옆집에서 살다 가는 양상이 많아졌습니다. 셋째, SNS를 통한 여행지 바이럴 확산으로 특정 명소에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화되었습니다.
2025년 전 세계를 찾은 국제 관광객은 약 15억 2천만 명으로, 2024년보다 약 6천만 명 늘어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은 관광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수용 역량이 부족한 도시와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2. 제주도: 도민 인구 20배의 관광객, 무너지는 일상
2-1. 오버투어리즘 실태
제주도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오버투어리즘의 전형적인 피해 지역입니다. 제주도는 연간 1,000만 명에서 1,500만 명의 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이 심각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관광객 수가 1,000만 명 이하로 줄지 않았습니다. 매년 제주도 인구의 약 20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고물가, 자연환경 훼손, 교통체증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특히 심각합니다. 2015년 많은 관광객의 유입으로 제주도의 하루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8kg에 달하며, 제주도는 전국 쓰레기 발생량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수 처리 인프라도 한계에 달했는데,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오수가 줄어든 적이 없으며, 도내 8개 하수처리장 중 5개는 평균 오수 유입량이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상황입니다.
영국 BBC는 오버투어리즘 관광지 5곳에 제주를 포함시키며, 제주 하늘길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공 노선 중 하나임을 지적하고 쓰레기, 교통, 상하수도 문제 등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2-2. 경제적 역설: 관광 수입 증가, 도민 소득 감소
오버투어리즘의 아이러니는 관광 수익이 늘어도 정작 주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제주의 관광 수입은 증가했지만 부가가치는 오히려 감소하여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혜택에 대한 도민들의 체감이 낮은 상황입니다.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제주도민 1인당 소득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으며, 관광객 지갑에서 흘러나온 돈의 '낙수효과'가 도민에게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3. 제주의 정책 대응: 환경보전분담금 논의
제주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오랫동안 논의해왔습니다. 이 제도는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 교통혼잡과 같은 환경오염 처리 비용을 원인자인 관광객에게도 일부 부담시키는 제도로, 2012년부터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연구 용역에서는 숙박 시 1인당 1일 1,500원, 렌터카 이용 시 1일 5,000원, 전세버스는 이용 금액의 5%를 징수하는 안이 검토되었습니다.
그러나 실행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릅니다.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세와 지역경기 부진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분담금 도입을 유보하고 있으며, 2024년 들어 제주 방문 내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한 상황입니다. 관광 진흥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제주도의 딜레마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3. 바르셀로나: "관광객은 꺼져라" - 시민 저항의 최전선
3-1. 오버투어리즘의 폭발적 심화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주민 저항이 가장 격렬하게 표출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인구 약 160만 명의 바르셀로나에는 해마다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며, 연간 약 3,200만 명이 이 도시를 찾고 있습니다. SBS 2024년 7월에는 도심 곳곳에서 150개 단체 3,000여 명이 참여한 오버투어리즘 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객이나 가이드에게 달걀을 던지거나, 물총을 쏘거나, 후라이팬을 두드려 소음을 일으키며 여행을 방해하거나, '관광객들은 꺼지라'는 의미의 그래피티가 도심 곳곳에 나타나는 등 과격한 형태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2. 주거 문제: 에어비앤비와 임대료 폭등
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 상당수가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용으로 전환됐고, 임대료 상승과 주거난이 심화되었습니다. 스페인 전역에는 약 6만 6천 채의 불법 관광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단기 임대 숙소의 확산은 장기 임차인을 몰아내고 도시의 주거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3-3. 바르셀로나의 강경 정책 대응
바르셀로나는 불법 숙소 단속을 강화했고, 법원은 2024년에 관광 규정을 위반한 에어비앤비 등록 5,000건의 삭제를 명령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2028년까지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바르셀로나는 고급 호텔 투숙객의 관광세를 1박당 6.75유로로 인상했으며, 대형 크루즈선의 하선 인원 제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을 '유치'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합니다.
4. 베니스: 도시가 테마파크가 되다
4-1. 주민이 떠난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는 오버투어리즘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연간 3,000만 명 이상이 찾는 베니스는 주민들은 떠나고 관광업 종사자들과 관광객들만 남은 '테마파크'가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주지로서의 기능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베니스 구시가지 인구는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며, 관광 압력이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4-2. 세계 최초 도시 입장세 도입
베니스는 오버투어리즘을 막겠다며 2024년 4월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세'를 도입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객은 하루 5유로를 납부해야 하며, 향후 10유로로 인상될 예정입니다. 또한 베니스는 2021년부터 대형 크루즈선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도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이 정도 조치로 과잉 관광을 방지하기 어렵다며, 에어비앤비 규제 등 근본적인 주거 대책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입장세 도입이 관광객 수를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5. 오버투어리즘의 다차원적 피해 구조
오버투어리즘은 단순히 '사람이 너무 많다'는 문제를 넘어 다음과 같은 복합적 피해를 야기합니다.
- 환경적 피해: 자연환경 훼손, 문화재 손상, 쓰레기 급증, 하수 처리 한계 초과 등이 발생합니다. 관광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며, 특히 항공과 크루즈 관광은 탄소 배출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 사회적 피해: 교통 혼잡, 주차 공간 부족, 식당이나 카페 등 생활 인프라 이용 불편,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주거 지역 무단 촬영 등 여러 사회 문제로 연결됩니다.
- 경제적 피해: 관광 수익이 지역 주민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물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지역 주민이 경제적 피해를 입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물가상승과 집세 및 상가의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이주, 이른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현지 주민들이 경제적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6. 글로벌 정책 대응 흐름과 한계
전 세계 관광 도시들은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 관광세 및 입장료 인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도심 호텔 숙박에 12.5%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발리는 1인당 10달러의 관광세를 도입했습니다. 부탄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규제로, 관광객 1인당 하루 100달러(약 14만 원)의 '지속가능발전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 방문객 수 직접 제한: 페루는 마추픽추에 하루 방문객 수를 약 2,500명으로 제한하고 시간대별 입장권과 지정 동선, 가이드 동반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는 2024년부터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해 하루 방문객 수를 약 2만 명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숙박 규제: 바르셀로나의 단기 임대 금지 정책처럼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를 규제하는 것이 주거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세를 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지 변경이나 일정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관광세 부과만으로는 수요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7. 지속가능한 관광으로의 전환 - 해법과 방향
전문가들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 첫째, 관광의 '시간적·공간적 분산'이 필요합니다. 성수기와 특정 명소에 집중되는 관광 수요를 비수기 및 대안 지역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효과적입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는 "덜 알려진 목적지를 발굴하라"고 조언하고 있으며, 저평가된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수요도 늘고 있어 새로운 관광지 개발과 접근 유도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 둘째, 관광 수익의 공정한 환원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관광 수익이 대기업과 다국적 플랫폼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셋째, 법제도적 대응을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2019년 12월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한 대응 입법을 마련하였으며, 특별관리지역 지정 및 과태료 부과, 조례 제정 등의 수단을 마련하였습니다.
- 넷째, 관광 패러다임 자체를 '양'에서 '질'로 전환해야 합니다. 단순히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환경을 보전하면서 관광 가치를 높이는 '지속가능한 관광'으로의 전환이 궁극적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제주, 바르셀로나, 베니스의 사례는 관광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지역 공동체의 삶과 자연환경을 희생시켜 얻은 관광 수익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세 도시가 관광객을 '막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빗장이 아니라,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관광지로 남기 위한 선택입니다. 여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 변화, 그리고 각국 정부의 선제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이 함께 맞물릴 때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움 글·연구 출처]
- 송호신, 「오버투어리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법정책의 방향」, 『법과정책연구』 제24권 제2호, 한국법정책학회, 2024, pp. 205~240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코로나19 이후 오버투어리즘 현황 및 정책 대응 방안」, 국가전략포털, 2024
- 제주의소리, 「'한계 직면' vs '과잉 우려' 제주관광 오버투어리즘 시각차」,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업무보고 기사, 2018
- 한국경제, 「유럽 여행 너도나도 가더니…더는 못 참겠다 특단의 대책」, 2025년 2월 15일
- 경향신문, 「제주, 관광객에게 물리는 환경분담금 유보 속내는 무엇?」, 2024년 5월 12일
- 뉴스펭귄, 「[환경파괴 오버투어리즘 ①] '쓰레기만 남기는 관광객, 당장 돌아가라'」, 2026년 1월 30일
- 뉴스펭귄, 「[환경파괴 오버투어리즘 ⑤] '지속가능관광 개발' 각국 정부의 과잉 관광 대책」, 2026년 2월 3일
- SBS 스프, 「'관광객은 밤엔 오지 마세요' 오버투어리즘 몸살 앓는 이곳에 특단의 조치」, 2024년 10월 30일
- 한국경제매거진, 「많이 와도, 적게 와도 문제…제주 관광 해법은 없을까」, 2024년 6월 10일
-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2025년 세계 관광 동향 보고서」
-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최종 보고서, 제주특별자치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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