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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국민부담률이란 무엇이고 한국은 OECD 평균과 얼마나 다른가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8. 21.

세금을 냈는데 왜 또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국민연금 보험료는 세금이 아닌데 왜 부담률 통계에는 함께 잡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질문에 답을 주는 지표가 바로 '국민부담률'입니다. 최근 정부가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이 지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국민부담률의 정확한 개념과 계산 방식을 정리하고, 2024년 기준 한국과 OECD 평균이 실제로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격차의 안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국민부담률의 정확한 정의

국민부담률(national tax burden ratio)은 한 나라 국민이 부담하는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산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산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민부담률 = 조세부담률 + 사회보장부담률

여기서 조세부담률은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조세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같은 국세와 재산세, 취득세, 주민세 같은 지방세가 모두 포함됩니다. 반면 사회보장부담률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기여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사회보장기여금이 법률상으로는 '세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나중에 급여로 돌려받는 사회보험료이고, 건강보험료 역시 반대급부가 있는 준조세적 성격의 부담금입니다. 그런데도 국민부담률 통계는 이를 조세와 합산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가입이 법률로 강제되어 있고, 소득이 있는 한 사실상 회피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의 성격이 세금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세부담률만 보면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둬가는 실질적 부담의 총량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서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국가 간 비교를 할 때 조세부담률이 아니라 국민부담률을 표준 지표로 사용합니다.

 

2. 2024년 기준, 한국과 OECD의 격차

OECD가 최근 발표한 세입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5.3%로 집계되었습니다. 같은 해 OECD 38개 회원국 평균은 34.1%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두 수치의 격차는 8.8%p에 달하며, 이는 36개 비교 가능 국가 중 한국이 30위에 해당하는 순위입니다. 한국보다 부담률이 낮은 나라는 미국, 코스타리카, 아일랜드, 칠레, 콜롬비아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이 격차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최근 들어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3년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9%였는데 2024년에는 25.3%로 1.6%p 하락했습니다. 이 하락폭은 OECD 회원국 중 콜롬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입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33.7%에서 34.1%로 오히려 0.4%p 상승했습니다.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인공지능 관련 투자, 국방비 증액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수를 늘려온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한국이 보인 셈입니다.

 

3. 격차는 어디에서 벌어지는가 - 세원별로 뜯어보기

국민부담률의 격차를 세원별로 나눠보면 한국의 세입 구조가 가진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2023년 기준 한국 전체 세수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OECD 평균 23.7%보다 낮았습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재화·서비스세 비중은 22.6%로, OECD 평균 31.3%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즉 개인이 소득을 얻거나 소비를 할 때 내는 세금의 비중이 다른 선진국보다 구조적으로 작다는 뜻입니다.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항목도 있습니다. 사회보장기여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2%로 OECD 평균 25.5%를 웃돌았습니다. 법인세 비중 역시 14.4%로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입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재정 수입은 개인소득세와 소비세라는 '넓고 얕은' 세원보다, 사회보험료와 법인세라는 상대적으로 '좁고 변동성이 큰' 세원에 더 많이 기대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3.7%에서 27.4%로 3.7%p 상승했는데, 이는 OECD 37개국 중 가장 큰 상승폭이었습니다. 이 상승을 주도한 것은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었고, 정작 국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소득세와 소비세의 상승폭은 OECD 평균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즉 한국은 부담률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소득세·소비세 같은 '보이는 세금'보다 법인세·사회보험료 같은 '구조적 세원'을 통해 움직여온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낮은 부담률이라는 착시 - 원래 다뤄야 할 진짜 질문

국민부담률이 낮다는 소식을 접하면 흔히 "우리는 선진국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나라"라는 결론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결론만으로 멈추면 정작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놓치게 됩니다.

 

첫째, 부담률과 복지지출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부담률이 20%대 후반에 머물던 시기부터 이미 '저부담·저복지' 국가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최하위권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처럼 국민부담률이 46%를 넘는 나라가 복지지출 비율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것과 정확히 대비되는 구조입니다. 부담률을 낮게 유지하면서 복지 수준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합은 산술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더 original한 문제는 '낮다'는 사실 자체보다 '변동성'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15~2019년에는 OECD에서 가장 가파르게 부담률이 올랐던 나라가, 2022~2024년에는 두 번째로 가파르게 부담률이 떨어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이 완만하고 예측 가능한 궤적으로 부담률을 관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경기 국면과 감세 정책에 따라 부담률 자체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복지 재정은 본질적으로 장기 계획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국민연금·건강보험처럼 수십 년 단위로 수급과 부담이 맞물리는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재원의 기반이 되는 부담률 자체가 이렇게 출렁인다는 것은 단순히 '세금이 적다'는 문제보다 훨씬 근본적인 재정 설계의 리스크입니다.

 

여기에 고령화라는 변수를 더하면 문제는 더 뚜렷해집니다. 사회보장기여금은 인구구조상 앞으로도 자동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항목입니다. 반면 개인소득세와 소비세처럼 정책적 개편이 필요한 세원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게 손대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국민이 결정한 적정 부담 수준'이라기보다, 사회보험료의 자동적 상승과 소득세·소비세 개편의 정치적 지연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세, 사회보험료, 재정지출이라는 세 축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며, 이 불균형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가 앞으로 한국 복지재정 논의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국민부담률은 단순히 "세금을 많이 내느냐 적게 내느냐"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통합해 국가가 국민에게서 거둬들이는 실질적 부담의 총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복지 수준의 상한선을 암시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 25.3%는 OECD 평균 34.1%와 8.8%p라는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고, 이 격차는 최근 들어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부담을 유지하면서 고복지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마주할 진짜 질문은 "부담률을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세원을 통해,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부담을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고 봅니다.

 

[참고자료]

  • OECD, 「Revenue Statistics 2025」 - 2024년 회원국별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 통계
  • 국회예산정책처(NABO),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 관련 재정 설명자료
  •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최근 5년 OECD 국가별 국민부담률 비교」 보고서 (2015~2019년 세원별 부담률 변동 분석)
  • 나라살림연구소, 「소득구간별 근로자 세금 및 사회보험료 부담, OECD 주요국과 비교 분석」 보고서
  •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 공공데이터(공공데이터포털)
  • e-나라지표, 조세부담률·국민부담률 지표 설명 및 국제 비교 자료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 개념 해설
  • 국내 언론 보도(아시아경제, 데이터솜, 파이낸셜뉴스, 세무사신문 등) - 2024~2026년 국민부담률 관련 보도

 

높은-국민부담률로-힘들어하는-사람들
높은 국민부담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