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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아동수당 제도의 국제 비교 - 금액보다 중요한 설계 원칙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8. 25.

올해 4월, 한국의 아동수당 제도가 적지 않은 변화를 맞았습니다. 지급 연령이 9세 미만으로 확대되고, 거주 지역에 따라 월 10만 원에서 12만 원까지 금액이 달라지는 차등 지급 구조가 도입된 것입니다. 언론과 정책 논의는 대부분 '얼마 받는지'와 '누가 새로 대상이 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아동수당이라는 제도를 오래 관찰해 온 입장에서 보면,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이 제도를 어떤 원칙으로 설계하느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 캐나다, 영국의 아동수당 제도를 통해 금액 비교로는 보이지 않는 설계상의 선택들을 짚어보겠습니다.

 

1. '얼마'보다 '어떻게'가 중요한 이유

아동수당 제도를 국가 간에 비교할 때 가장 흔한 접근은 월 지급액을 나란히 놓고 어느 나라가 더 후하게 지원하는지를 따지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비교는 함정이 있습니다. 물가 수준과 소득 구조가 다른 국가의 절대 금액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큰 의미가 없을뿐더러, 더 중요하게는 같은 금액이라도 그 돈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전달되는지에 따라 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2026년 개편을 다시 보면, 이번 변화의 본질은 사실 금액 인상이 아니라 설계 방식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전국 동일 금액 지급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거주 지역별로 금액을 차등화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경우 추가 금액을 얹어주는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이는 아동복지 제도 안에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또 다른 정책 목표가 들어왔다는 뜻이며,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독특한 설계 선택입니다.

 

이제 이러한 설계상의 선택을 세 가지 원칙, 즉 보편성과 선별성의 문제, 급여액 조정 메커니즘의 문제, 전달체계의 문제로 나누어 국제 비교를 진행해보겠습니다.

 

2. 원칙 하나: 보편성이냐 선별성이냐 - 독일과 캐나다의 상반된 선택

아동수당 설계에서 가장 근본적인 갈림길은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게 지급할 것인가, 아니면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할 것인가입니다. 독일과 캐나다는 이 지점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독일의 킨더겔트는 소득 조사나 자산 조사를 전혀 거치지 않는 정액 급여입니다. 2026년 기준 자녀 1인당 월 259유로가 지급되며, 이는 출생 순위나 자녀 수와 무관하게 동일합니다. 18세까지 지급되고, 전일제 교육이나 직업훈련 과정에 있는 경우 25세까지 연장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급여가 소득세 감면 제도인 킨더프라이베트라크와 병행 운영된다는 사실입니다. 고소득 가구에는 세액공제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는데, 독일 국세청은 납세자가 직접 유불리를 계산하게 하지 않고, 신고 시점에 두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를 자동으로 비교해 유리한 쪽을 적용합니다. 보편적 현금급여와 조세지출을 병행하면서도, 그 선택의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지 않는 행정 설계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반면 캐나다의 아동수당은 처음부터 소득연계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6세 미만 자녀 1인당 최대 연 7,787캐나다달러, 6세에서 17세는 최대 6,570캐나다달러가 지급되지만, 조정가구순소득이 38,237캐나다달러를 넘어서면 소득 구간에 따라 지급액이 단계적으로 줄어듭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캐나다가 2016년 이전에는 보편적 성격이 강한 아동보육수당(UCCB)을 운영하다가, 이를 폐지하고 완전히 소득연계형인 CCB로 전환했다는 사실입니다. 유럽 다수 국가가 보편주의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흐름과는 반대 방향의 선택을 한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사례가 영국입니다. 영국의 아동수당은 원래 보편적 급여였지만, 2013년부터 고소득 아동수당 부과금 제도를 통해 사실상 선별적 성격을 일부 도입했습니다. 문제는 이 부과금의 산정 기준이 가구 합산 소득이 아니라 가구 내 최고 소득자 개인의 소득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각각 5만 파운드씩, 합산 10만 파운드를 버는 가구는 부과금 없이 수당을 전액 받는 반면, 한쪽이 혼자 6만 파운드를 버는 맞벌이보다 소득이 낮은 가구가 오히려 부과금을 물게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영국 정부는 2024년 예산에서 이를 가구 합산 소득 기준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세 나라의 비교가 보여주는 것은, 보편성과 선별성은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선별의 기준을 개인 소득으로 할지 가구 소득으로 할지, 그리고 그 경계선을 어떻게 매끄럽게 처리할지에 따라 같은 '소득연계형' 제도라도 형평성의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영국의 사례는 특히, 제도를 설계할 때 소득 기준의 '단위'를 잘못 정하면 오히려 새로운 불공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합니다.

 

3. 원칙 둘: 급여액을 누가, 어떻게 조정하는가

두 번째 설계 원칙은 급여액의 조정 방식입니다. 급여액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누구의 결정으로 바뀌는지는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독일의 킨더겔트는 매년 정기적으로 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5년 월 255유로였던 금액이 2026년 259유로로 인상된 것도 이런 정기 조정의 일환입니다. 캐나다의 CCB 역시 매년 7월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자동으로 조정됩니다. 두 나라 모두 급여액 인상 여부를 그때그때의 정치적 협상 대상으로 남겨두지 않고, 일정한 조정 규칙을 법제화해 두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아동수당 제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오랫동안 지급액 자체는 고정되어 있었고, 이번 2026년 개편도 자동 물가연동이 아니라 별도의 법 개정을 통해 연령 확대와 지역별 차등화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한국의 아동수당은 금액이 조정될 때마다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지방소멸 대응 등 다른 제도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한국 복지제도 특유의 패턴과 맞닿아 있습니다. 급여의 실질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정 장치가 자동화되어 있지 않으면, 물가 상승기에는 실질급여가 서서히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정치적 계기가 생겨야만 한꺼번에 큰 폭으로 개편되는 패턴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이번 개편에서 지급 연령을 2030년까지 매년 1세씩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그나마 예측 가능성을 높인 부분이지만, 금액 자체에 대한 자동 조정 규칙은 여전히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4. 원칙 셋: 전달체계 - 현금이냐, 세액공제냐, 지역화폐냐

세 번째 원칙은 급여를 실제로 어떤 형태로 전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앞서 살펴본 독일의 자동 유리한 선택 적용 방식은 전달체계 설계의 좋은 예입니다. 현금급여와 세액공제라는 두 가지 수단을 병행하면서도, 그 사이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하는 부담을 국민이 아니라 행정이 대신 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의 2026년 개편에서 도입된 지역사랑상품권 지급 옵션은 전혀 다른 방향의 설계입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조례를 통해 아동수당을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하면, 가구는 월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품권은 해당 지역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이 설계를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아동복지라는 원래 목적과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또 다른 정책 목표가 하나의 급여 안에서 경합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 자체는 타당하지만, 그 수단으로 아동수당의 사용처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하면 정작 양육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 구매나 타지역 병원 진료 같은 항목에는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나 스웨덴 등 유럽의 주요 가족수당 제도가 현금 이체 원칙을 고수하며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인 지점입니다.

 

5. 한국 아동수당 설계에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원칙을 종합하면, 한국이 아동수당 제도를 설계할 때 참고할 만한 지점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첫째, 보편성을 유지하는 현재의 기조는 유지하되, 향후 형평성 보완 장치를 도입한다면 반드시 가구 단위 기준을 택해야 합니다. 영국의 고소득 부과금 제도가 보여주듯, 개인 소득 기준으로 설계하면 맞벌이 가구가 오히려 불리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둘째, 금액 조정을 매번 개별 입법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독일이나 캐나다처럼 물가나 최저양육비 등 객관적 지표에 연동한 자동 조정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아동수당뿐 아니라 한국 복지재정 추계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제도 개편이 예측 가능한 규칙이 아니라 정치적 계기에 의존하는 패턴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 셋째, 지급 방식을 다변화할 때는 그 목적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사전에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지역화폐 지급 옵션처럼 아동복지와 지역경제라는 두 목표를 하나의 급여에 결합하는 경우, 최소한 아동 양육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출 항목이 상품권 사용 가능 범위 안에 충분히 포함되는지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동수당은 도입된 지 오래된 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설계는 여전히 진화하는 중입니다. 금액을 얼마나 올렸는지보다, 그 금액이 어떤 원칙 위에서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더 정확한 잣대가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6년 4월부터 시행된 아동수당 지급 연령 확대(9세 미만) 및 거주지역별 차등 지급 금액(수도권 10만 원, 비수도권 10만 5천 원, 인구감소지역 우대 11만 원~12만 원) 관련 내용
  • 독일 킨더겔트(Kindergeld) 관련 해외 안내 자료: 2026년 기준 월 259유로 정액 지급, 18세까지(교육·훈련 중인 경우 25세까지) 지급, 킨더프라이베트라크와의 병행 운영 및 유리한 방식 자동 적용(Günstigerprüfung) 구조
  • 캐나다 국세청(CRA) 및 관련 안내 자료: Canada Child Benefit의 소득연계 구조, 조정가구순소득 기준액과 매년 7월 물가연동 조정 방식
  • 영국 세제 관련 자문기관(Low Incomes Tax Reform Group) 및 영국 하원도서관(House of Commons Library) 자료: 고소득 아동수당 부과금(HICBC)의 개인소득 기준 산정 방식과 가구소득 기준 개편 논의 및 무산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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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아동들의 환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