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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 5년, 예산은 늘었는데 인구는 왜 안 늘었나?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8. 5.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만 매년 1조 원, 누적으로는 9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89개 인구감소지역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의 체감은 예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숫자로는 분명 '더 많이 썼는데', 정작 인구는 왜 늘지 않았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최근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노동연구원의 실증 분석을 토대로, 이 법과 기금이 5년 동안 만들어낸 결과와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1. 법 시행 5년, 표면적 성과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제도는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가 89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처음 지정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제정되어 2023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고, 같은 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전용 재원도 마련되었습니다. 이 기금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 원 규모로 조성되며, 광역자치단체에 25%, 기초자치단체에 75%가 배분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인구감소지역에는 세제·규제 완화를 포함한 36개 이상의 특례가 이미 적용되고 있고, 정주 여건 개선과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추가 특례도 계속 논의되고 있습니다.

 

법과 기금이 없던 시절과 비교하면 분명 제도적 진전입니다. 인구감소지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되었고, 지역 주도로 대응 계획을 세우고 국가가 행·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틀이 갖춰졌습니다. 문제는 이 틀 안에서 실제로 돈이 어떻게 쓰였고, 그 돈이 인구 감소라는 본래 목적에 얼마나 기여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2. 예산은 분명히 늘었습니다 - 숫자로 확인하는 투입 규모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를 보면, 인구감소지역 대응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9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지방소멸대응기금만 별도로 보면 2022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89개 인구감소지역과 18개 관심지역에 매년 1조 원씩, 누적으로 조 단위 재원이 배분되어 왔습니다. 지자체 한 곳당 평균 배분액도 수십억 원 규모에 이릅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재정 투입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예산의 '총량'과 예산의 '설계'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량이 늘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구 문제 해결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들여다보면 왜 인구가 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3. 예산은 늘었는데 인구가 안 늘어난 네 가지 구조적 이유

3-1. 9조 원 중 6조 원은 애초에 인구감소 대응과 무관

국회예산정책처는 인구감소지역 대응 사업 예산 9조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거나, 아예 인구감소지역 바깥에서 집행되는 사업의 예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항만 개발, 재해안전항만 구축, 지역투자촉진 사업처럼 이름은 '지역 지원'이지만 실질적으로 인구 유입이나 정주 여건 개선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이 저는 이 정책 전체의 가장 근본적인 설계 결함이라고 봅니다. 인구감소지역이라는 '딱지'가 붙은 사업이라고 해서 모두 인구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에 각 부처가 관행적으로 편성해오던 사업 예산이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새로운 명목 아래 재포장되어 집계된 측면이 큽니다. 예산 총량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구 문제에 투입되는 '순증분'은 그보다 훨씬 작다는 뜻입니다.

3-2. 배분은 됐지만 집행은 되지 않음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률 문제도 심각합니다. 2022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누적 배분액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6% 수준만 실제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자체별로 평균 배분액은 64억 원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33억 원에 그쳤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도 있습니다. 배분된 재원의 절반가량이 지자체 창고에 잠들어 있었던 셈입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사업 기획과 행정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 지연이 반복적이고 구조적이라는 점입니다. 인구감소지역일수록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할 행정 인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정작 기금은 '지역이 알아서 계획을 세워 신청하라'는 상향식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행정 역량이 가장 부족한 지역일수록 기금을 제때, 제대로 쓰기 어려운 구조인 것입니다.

3-3. 늘어난 일자리의 '질'이 문제

가장 최근에 나온,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뼈아프다고 느끼는 결과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실증 분석입니다. 기금을 지원받은 지역의 전체 고용률은 평균 0.61%포인트 상승했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 고용률만 각각 0.49%포인트, 1.34%포인트 올랐을 뿐 상용직, 즉 정규직 고용률은 오히려 1.2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역별로 늘어난 일자리는 평균 370개 안팎에 불과했고, 정작 지역 정착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할 15~34세 청년층 고용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기금이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쓰이기보다, 단기간에 여러 업종의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전시성 행정사업 위주로 집행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구가 한 지역에 정착하려면 결국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임시직과 자영업 위주의 일자리 증가는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청년층 고용률이 꿈쩍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기금이 애초의 정책 목표, 즉 청년 인구의 지역 정착이라는 목표에서 얼마나 비켜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3-4. 지정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것은 인구감소지역 지정 기준 자체의 타당성 문제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지정된 89개 지역 가운데 26곳은 2040년까지 오히려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었습니다. 일부 지역은 지정 이전부터 이미 양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었던 곳도 있었습니다. 반면 인구밀도 지표는 도시화 수준을 보여줄 뿐 인구감소의 원인을 설명하는 지표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부산 서구나 대구 서구처럼 인구밀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아 실질적으로 쇠퇴가 진행 중인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인구밀도는 낮지만 출산율이나 지역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곳도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지정 기준이 흔들리면 예산의 표적성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는 인구가 늘어날 지역에까지 소멸 대응 예산이 배분되고, 정작 위기가 심각한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으로 예정된 재지정을 앞두고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4.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님 - 다만 그 성과의 한계도 분명함

균형 잡힌 평가를 위해 성과도 짚어야 합니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전후로 비교하면 89개 지역 중 51개 지역에서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개선되었고, 순유입 인구도 지정 이전 순유출에서 지정 이후 순유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서도 기존 주민의 유출을 늦추는 효과, 즉 다른 시도로의 전출 인구가 평균 12.4% 줄어드는 효과는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이 성과를 해석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순유입 전환'이나 '전출 둔화'는 인구 유출 속도를 늦추는 효과이지, 지역의 자생적인 인구 증가나 안정적인 정착을 만들어내는 효과와는 결이 다릅니다. 제가 이 시리즈에서 계속 강조해온 재원조달의 '세 축', 즉 조세, 사회보험료, 재정지출이라는 틀로 보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세 축 가운데 재정지출 축에만 의존하는 단발성 투입 구조입니다. 소득이나 고용이라는 지속가능한 기반 없이 재정지출만으로 인구를 붙잡아두려는 시도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습니다.

 

5. 2026년 재지정을 앞두고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저는 세 가지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예산의 '표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인구감소지역이라는 명목만으로 편성되는 사업을 걸러내고, 실제 인구 유입·정착에 기여하는 사업 중심으로 시행계획을 재편해야 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것처럼 인구감소지역 고려가 미흡한 사업은 시행계획에서 제외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둘째, 집행 역량 자체를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합니다. 배분된 기금의 절반이 집행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지자체의 기획·집행 인력 부족에 있습니다. 기금을 사업비로만 쓸 것이 아니라, 지역의 행정 역량을 키우는 데도 일부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셋째, 성과지표를 인구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현재 성과지표에는 인구감소율 개선이나 생활인구 증가 같은 핵심 지표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상용직 비중, 청년층 정착률, 생활인구 변화 같은 지표로 성과를 평가해야 기금이 본래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분명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는 '예산을 늘리는 것'과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예산의 양보다 설계의 질이, 집행 실적보다 집행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5년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2026년 재지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볼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인구감소지역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 (2024.11 발표 내용, 베이비뉴스 보도 인용)
  • 한국노동연구원(KLI),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고용 및 인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2026.7.29 발표)
  • 행정안전부,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 개요 (나비스 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
  •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시행 경과 (행정안전부,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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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감소지역 특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