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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역 축제 여행이 지방 소멸을 늦추는 방법: 관광, 공동체, 정체성의 재탄생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2. 22.

지역 축제 여행은 단순한 이벤트 참여가 아니라,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다시 숨 쉬게 만드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관광, 공동체, 정체성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지역 축제 여행이 지방 소멸을 늦추는 방식을 상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지방 소멸과 축제 여행의 문제 제기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한국의 상당수 농산어촌과 중소도시는 인구 소멸 위험지수 ‘빨간불’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지방정부는 각종 지원제도와 기업 유치, 정주여건 개선에 더해,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축제는 짧은 기간에 대규모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생활양식을 전면에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축제 여행’은 어떻게 지방 소멸을 늦추는 실질적인 장치가 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지역 축제의 기능을 ①관광·경제, ②공동체, ③정체성의 재탄생이라는 세 차원에서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운영 방향을 탐색하고자 합니다.

 

2. 이론적 배경: 지역 축제, 관광, 지방 소멸

지역 축제는 특정 지역의 자원(자연, 농산물, 역사, 인물, 생활문화 등)을 기초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문화·관광 이벤트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농촌·어촌을 포함해 연간 약 1,200개 내외의 축제가 열리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농촌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축제는 관광객 유치, 지역 이미지 제고, 주민 여가·문화 향유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한편 ‘지방 소멸’은 일정 지역에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이에 따른 경제·공동체·서비스 기반이 붕괴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한국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고자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관광·문화정책이 핵심 전략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관광수입이 증가할수록 고용과 생산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정주·이주 매력을 높여 인구 유출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가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3. 관광·경제 측면: 축제 여행이 만드는 ‘머무는 지역’

3-1. 방문객 유입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성공적인 지역 축제는 짧은 기간에 상주인구의 수십 배에 이르는 방문객을 유입시키며, 이는 숙박·음식·교통·소매업 전반에 직접적인 수입 증가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화천산천어축제는 군 인구의 80배가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 총생산의 약 10%에 달하는 경제 파급효과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충남 보령 머드축제 역시 수백억 원 규모의 소비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 소득과 고용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농촌 축제에 대한 연구에서도 함평나비축제, 봉평효석문화제, 홍천옥수수축제 등이 농가 수입 증대, 특산물 브랜드 강화, 관광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농촌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단순한 ‘축제 한 번 잘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계기로 형성된 방문 경험이 재방문·재구매, 장기 체류·세컨드 하우스 수요 등으로 이어질 때 지방 소멸을 늦추는 구조적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3-2. 관광, 인구, 지방 소멸 완화의 연결고리

최근 연구에서는 축제를 포함한 문화관광 콘텐츠가 인구 감소 지역에 ‘생활인구’와 ‘순환 인구’를 늘려주는 역할에 주목합니다. 완전한 이주·정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찾는 방문자·장기체류자·디지털 노마드·세컨드 홈 소유자 등이 늘어날수록 지역 상권은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한 축제를 통해 지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향후 귀촌·귀향, 청년 창업, 지방 대학·연구기관 선택 등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그 지역을 후보지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농촌 축제에서 지역 이미지와 축제 만족도가 지역 충성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축제가 인구 유입의 심리적·정서적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4. 공동체 측면: 축제가 되살리는 ‘관계의 마을’

4-1. 주민 참여와 공동체성 회복

도시화와 인구 유출은 단지 사람 수의 감소에 그치지 않고, 마을 단위의 관계망과 상호 신뢰를 약화시키며 공동체 문화를 붕괴시킵니다. 이때 지역 축제는 기획·운영·참여 전 과정에 주민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약해진 관계망을 다시 엮는 계기가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역 축제 개최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 조성되고, 주민 간 교류와 협력이 증가하며, 지역 이미지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는 효과가 관찰됩니다.

 

최근 축제 연출가들은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축제가 곧 경제”라는 관점에서, 농산물·역사·생활문화를 축제의 핵심 기둥으로 삼고 주민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방식의 기획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을 단위 작은 축제를 꾸준히 열면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가꿀 이유가 생기고, 농산물 판매 기회가 확대되며, ‘내가 사는 곳’을 함께 바꿔가는 경험이 축적된다는 현장의 진단도 제시됩니다.

​4-2. 세대 간 연결과 청년의 지역 참여

지방 소멸의 본질적 문제로 ‘청년 유출’이 지적되는 만큼, 축제가 청년과 지역을 이어주는 접점이 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합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서는 청년이 주도하여 지역 문화관광 콘텐츠를 발굴·기획하는 사례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청년이 지역에 터전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역 축제는 기획·브랜딩·마케팅·콘텐츠 제작 등에서 디지털·SNS 친화적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청년 세대가 역량을 발휘하기 좋은 무대입니다. 청년 기획자·로컬 크리에이터·마을청년기업 등이 축제의 일원으로 참여할 때, 이들은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방 소멸을 늦추는 인적 기반을 마련합니다.

 

5. 정체성 측면: 지역·여행자의 정체성 재탄생

5-1. 축제와 지역 정체성의 재구성

지역 정체성은 한 지역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해 온 역사·문화·자연·생활양식에 대한 공유된 인식과 소속감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여러 연구는 지역 축제가 이러한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재구성하는 장으로 기능함을 보여줍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사례 분석에 따르면, 주민들은 축제를 통해 공간성(안동이라는 장소에 대한 자부심), 사회성(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 시간성(과거 전통과 현재·미래의 연결)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지역 축제가 단순히 ‘볼거리’가 아닌, 잊혀가던 전통과 서사를 현재형으로 다시 불러내는 행위임을 시사합니다. 지방 소멸의 위기는 곧 ‘지역 정체성의 위기’이기도 하며, 축제를 통해 지역만의 이야기와 상징을 되살리는 작업은 장기적인 자치·발전의 전제조건이 됩니다.

5-2. 여행자의 정체성 변화와 ‘로컬과의 관계 맺기’

축제 여행은 여행자에게도 자신의 정체성과 여행 방식을 다시 묻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소비하고 떠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리듬을 존중하며 관계를 맺는 ‘여행자’로 이동하는 경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특히 농촌 체험 축제·로컬 푸드 축제·마을 문화축제 등은 여행자가 주민과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소비가 지역의 내일과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행자는 “내 여행이 어떤 지역의 생존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윤리적 감수성을 갖게 되고, 이는 지속가능한 여행 실천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축제가 계기가 되어 특정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단골 여행자’가 늘어난다면, 이는 통계상의 인구 수는 아니더라도 지역을 지지하는 사회적·정서적 기반을 넓혀 지방 소멸의 속도를 늦추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6. 정책·운영 방향: ‘보여주기식’ 축제를 넘어

지역 축제가 지방 소멸을 늦추는 실질적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지역 고유 자원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역사, 농산물, 생활문화를 단순 전시가 아닌 서사로 엮어, 축제 자체를 ‘이야기 콘텐츠’로 설계해야 합니다.
  • 주민 주도·청년 참여 구조: 행정 주도·외주형 운영을 벗어나 마을 단위·로컬 조직이 기획과 운영을 함께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체류형 관광과 연계: 당일치기 관람형 축제가 아니라, 로컬 숙박·체험·워크숍·로컬워크 등과 묶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생활인구를 확대해야 합니다.
  • 장기적인 평가와 피드백: 방문객 수 중심의 성과 측정을 넘어, 지역경제·공동체·이미지·인구 변화 등 장기 지표를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화려한 공연과 부스” 위주의 보여주기식 축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장의 경고를 귀 기울여야 합니다. 축제가 진정한 지방 생존 전략이 되려면,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지역의 삶을 존중하는 여행자의 태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예산 구조가 함께 맞물려야 합니다.

 

[도움 글·연구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역축제가 농촌지역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2004​
  • 곽용환 외, 「농촌 마을축제 실태 및 활성화 방안」, 한국농촌계획학회지​
  • 이성근, 「도시축제와 공동체문화 형성에 관한 연구」, 도시연구​
  • 이진교, 「대한민국 지역 정체성 위기 극복을 위한 축제의 역할: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중심으로」​
  • 김미정, 「인구소멸시대 농촌축제를 통한 지역관광활성화 방안 연구」, 2023​
  • 한국행정연구원, 인구 감소 지역에서의 지역 활력」​
  • 김세원 인터뷰, 「지역소멸 막는 킬러콘텐츠는 관광… 핵심은 지역 고유 스토리」, 서울신문, 2023.11.06​
  • 조선닷컴, 「지역 소멸에 맞서 지역 축제를 재설계하다」, 2025.12.14​
  • 스포츠경향, 「화려함보다는 본질이 중요, 보여주기식 축제는 이제 끝내야」, 2025​
  • 농촌 경험과 공동체 의식 관련 연구, 「농촌 문화 활동에서 공동체 의식이 미치는 영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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