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나 다쳤을 때의 산재 보상은 대부분 비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공백이 단순한 입법 지연이 아니라 사회보험의 작동 방식과 크리에이터 노동의 구조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1. 평균의 착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소득 구조
국세청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1인 미디어 창작자는 3만 4,806명, 총수입은 2조 4,714억 원이었고 1인당 평균 수입은 약 7,100만 원이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꽤 괜찮은 직업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분포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위 1%(348명)의 평균 수입은 약 12억 9,339만 원인 반면, 하위 50%(1만 7,404명)의 평균 수입은 약 2,463만 원에 그쳤습니다. 두 집단의 격차는 약 52배입니다. 월로 환산하면 하위 절반의 평균 수입은 200만 원 남짓인데, 여기서 수입금액은 경비를 빼기 전 금액이라 기업으로 치면 매출에 가깝습니다. 장비·편집비·세금·보험료를 빼면 실제 소득은 훨씬 줄어듭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이 통계는 주업종을 1인 미디어 창작업으로 신고한 사업자만 잡은 것입니다. 본업을 따로 두고 부업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 후원이나 협찬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사람은 빠져 있습니다. 실제 종사자 규모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사회보험 논의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대상은 '억대 유튜버'가 아니라, 통계에 겨우 잡히는 불안정 소득자 다수입니다.
2. 사회보험은 '주소'로 작동합니다: 책임 주소의 공백
제가 이 문제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은 '책임 주소'입니다. 전통적인 사회보험은 세 가지가 한 주소에 묶여 있을 때 작동합니다.
- 위험이 발생하는 곳(일터)
- 소득이 나오는 곳(사용자)
- 보험료를 나눠 내는 곳(사업주)
직장인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이 세 가지가 '사업장'이라는 하나의 주소로 합쳐지기 때문에 가능한 제도입니다. 사업주가 보험료를 분담하고, 사고가 나면 그 사업장이 보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크리에이터는 이 주소가 흩어져 있습니다. 소득은 플랫폼의 광고 수익 배분, 브랜드 협찬, 시청자 후원, 때로는 MCN과의 정산에서 나뉘어 들어옵니다. 위험은 집에서 촬영하다가도, 야외 콘텐츠를 찍다가도 생깁니다. 그런데 보험료를 나눠 낼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책임 주소의 공백'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공백은 크게 세 겹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3. 사각지대의 세 겹 구조
3-1. 계약의 공백: 상대방이 없는 노동
현행 제도가 프리랜서를 포섭해 온 방식은 '계약 상대방'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인이면서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맺고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노무제공자도 마찬가지로 노무제공계약을 맺은 사람 가운데 시행령에 정해진 직종이 대상이 됩니다. 노무제공자 고용보험은 산재보험이 적용되던 특고 직종을 중심으로 12개 직종에서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광고 수익 중심의 크리에이터에게는 이 '계약 상대방'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플랫폼과의 관계는 이용약관에 따른 수익 배분이지 특정 업무를 맡기는 용역계약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방송사나 MCN과 용역계약을 맺는 일부 창작자는 적용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개별 판단의 영역입니다.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1인 미디어 창작업이 별도 직종으로 열거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 블로그에서 산재보험을 다룰 때 지적한 직종 열거 방식의 한계가 그대로 반복됩니다. 목록에 이름이 오르기 전까지는 보호 밖에 있고, 목록은 사고가 사회 문제가 된 뒤에야 늘어나는 '사후 대응형' 구조입니다.
3-2. 사건의 공백: 알고리즘은 해고하지 않는다
고용보험의 핵심 급여인 구직급여는 대체로 비자발적 이직을 전제로 합니다. 해고, 계약 만료, 사업장 폐업처럼 '사건'이 명확해야 합니다.
크리에이터의 소득 단절은 다르게 옵니다. 알고리즘 변경으로 조회수가 급감하고, 광고 수익이 정지되고, 광고주가 조용히 이탈합니다. 누가 '해고'한 것도, 어디서 '폐업'한 것도 아닙니다. 소득은 줄었지만 제도가 인식할 수 있는 사건은 없습니다. 위험은 분명히 있는데 그 위험을 정의할 언어가 제도에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저는 가장 근본적인 사각지대라고 생각합니다. 대상 직종에 크리에이터를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무엇이 크리에이터의 실업인가'를 따로 정의해야 합니다.
3-3. 소득의 공백: 월 단위 행정과 연 단위 소득의 불일치
세 번째는 소득 파악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기반 고용보험은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 정보를 연계해 가입에서 누락된 근로자를 매월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설계는 소득이 월 단위로 포착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로 해외 플랫폼에서 받는 광고 수익은 국내 원천징수 체계 밖에서 다음 해 종합소득세 신고로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원 계좌나 협찬 같은 수입은 아예 누락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정감사 자료를 다룬 보도에서도 화면에 계좌번호를 공개해 후원받거나 뒷광고 명목으로 돈을 받는 방식이 과세 사각지대로 지적되었고, 실제 수입이 신고액보다 많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소득이 포착되지 않으면 보험료도 급여도 설계할 수 없습니다.
4. 제도는 어디까지 왔나: 2027년 소득기반 고용보험의 의미와 한계
방향 자체는 분명히 바뀌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면서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월 60시간 이상 근로에서 월 보수 80만 원 이상으로 바꾸고, 여러 사업장의 보수를 합산해 80만 원이 넘으면 신청해 가입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2027년 시행 예정인 이 개편은 보험료도 전년도 평균 보수가 아니라 해당 연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도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서 이직 전 1년 보수로 바뀌어, 일시적 소득 변동에 덜 흔들리도록 한다고 합니다.
소득이 들쭉날쭉한 크리에이터에게 이런 변화는 방향상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 첫째, 이번 개편의 중심은 저소득·단시간 근로자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속한 사업소득자는 장관 발언에서도 인적용역사업소득자를 중심으로 노무제공자 적용 범위를 계속 넓혀 가겠다는 향후 과제로 제시된 수준입니다. 확정된 편입이 아니라 방향 제시입니다.
- 둘째, 육아 쪽 안전망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1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하는 육아수당을 신설하고, 총 150만 원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다만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단계이고, 금액이 소득 보전이라기보다 상징적 수준에 가깝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5. 역설: 채널이 커져 사람을 쓰는 순간, 보호 대상이 바뀐다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구독자 140여만 명의 유튜버에게 고용된 매니저 겸 기획자가 촬영 중 다쳤는데, 유튜버 측은 프리랜서 계약이라며 산재 처리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청은 월 고정급여, 업무지시권, 경비 부담, 이윤 창출 여지의 부재 등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구조의 역설입니다. 채널이 성장해 사람을 쓰기 시작하면 그 크리에이터는 '사용자'가 되어 보험료와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집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본인은 여전히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보호는 고용관계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닿고, 가장 위험이 집중된 1인 창작자에게는 닿지 않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부담 구조도 겹칩니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를 사용자와 나누지만, 지역가입자인 1인 창작자는 이를 혼자 감당합니다. 소득이 불안정할수록 보험료 부담 비중이 체감상 커지고, 그래서 가입을 미루게 됩니다.
6. 재설계 방향: 책임 주소를 다시 세우는 세 가지 길
이 블로그에서 반복해서 쓰는 사회보험료·조세·재정지출의 3축 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6-1. 사회보험료 축: 플랫폼을 '주소'로 지정하기
고용보험법에는 이미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에 대한 특례가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보험관계의 신고·정산 주체가 되는 방식입니다. 이 논리를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할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다만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이라는 현실적 벽이 있어 국제 공조나 국내 대리인 제도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6-2. 재정지출 축: '사건'을 새로 정의하기
알고리즘 변경이나 수익 창출 정지로 인한 소득 급감을 별도의 사건으로 인정하고, 소득 감소 폭에 연동한 한시 급여를 설계하는 방안입니다. 기여 이력이 부족한 사람은 보험이 아니라 일반회계 기반의 부조형 급여가 보완해야 합니다.
6-3. 소득 파악 축: 연 단위 정산과 월 단위 행정을 접합하기
신고 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연말에 정산하되 급여 산정은 1년 평균 소득을 쓰도록 하면, 변동성이 큰 소득과 월 단위 행정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습니다. 2027년 개편이 이미 도입하는 '당해연도 소득 기준 부과'와 '1년 보수 기준 산정'을 사업소득자에게 확장 적용하는 길입니다.
7. 반론도 짚어 보겠습니다
- "사업자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 아닌가요?" - 자율성의 대가로 위험을 지는 것이 사업자라는 반론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보험이 보호해 온 것은 '선택한 위험'이 아니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입니다. 알고리즘 하나로 소득이 끊기는 것은 개인의 경영 판단과 무관한 구조적 위험입니다.
- "상위 1%까지 보호할 이유가 있습니까?" - 억대 수입자에게 급여를 줄 필요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급여 상한이나 소득 연동 설계가 필요하고, 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해 부담하게 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이 문제는 보호 대상을 줄이는 이유가 아니라 설계를 정교하게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소득 조작과 도덕적 해이는요?" - 타당한 우려입니다. 소득을 낮게 신고하고 급여만 받는 유인을 막으려면 신고 이력 기반의 가입 요건과 부정수급 점검이 함께 가야 합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사각지대는 이 직업이 새롭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보험이 '사용자라는 주소'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직종을 하나 더 열거하는 방식으로는 이 구조를 풀 수 없습니다. 위험의 정의, 소득 포착, 비용 분담의 주체를 함께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2027년 소득기반 고용보험은 그 첫 단추가 될 수 있지만, 사업소득자를 향한 두 번째 단추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유튜버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나요?
- 광고 수익 중심의 유튜버는 계약 상대방이 없어 현행 노무제공자·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방송사·MCN과 용역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개별 판단이 필요하며, 근로복지공단이나 고용센터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Q2. 2027년 소득기반 고용보험이 시행되면 크리에이터도 대상이 되나요?
- 이번 개편의 중심은 저소득·단시간 근로자이며, 사업소득자까지의 확대는 향후 과제로 제시된 단계입니다.
Q3. 크리에이터가 직원을 고용하면 4대 보험은 어떻게 되나요?
- 직원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사용자로서 보험 가입 의무가 생깁니다. 계약서 형식보다 실제 근로 실태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참고자료]
- 한국경제(2026.2.16) · 세계일보 등, 국세청 '1인 미디어 창작자 수입 현황' 보도: 2024년 귀속 신고자 3만 4,806명, 평균 수입 약 7,100만 원, 상위 1% 약 12.9억 원 대 하위 50% 약 2,463만 원. 수입금액은 경비 차감 전 기준.
- 뉴시스·노컷뉴스(2026.7.10), 소득기반 고용보험 하위법령 입법예고: 가입 기준을 월 60시간에서 월 보수 80만 원으로 전환, 보수 합산제 신설, 노무제공자 적용 확대 방향 언급.
- 헤럴드경제(2026.6.29), 근로복지공단 가입 촉진: 2027년 시행 예정인 당해연도 소득 기준 보험료 부과 안내.
- SBS Biz(2025.11.25), 프리랜서 고용보험 확대: 국세청 소득 연계 누락 확인, 구직급여 산정 기준을 이직 전 1년 보수로 변경.
- SBS Biz(2026.9.1), 2027년 예산안: 1인 자영업자·특고·프리랜서 대상 육아수당(150만 원 수준) 신설 추진, 국회 심의 전 단계.
- 한겨레·한경 매거진(2024.8), 유튜버 매니저 근로자성 인정: 노동청이 월 고정급여·업무지시·경비 부담 등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
- SBS Biz(2023.5.7), 1인 미디어 창작자 소득 보도: 후원 계좌·뒷광고 등 과세 사각지대로 인해 실제 수입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
- 고용보험법 관련 입법예고 자료·근로복지공단 안내: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인 복지법상 요건과 문화예술용역 계약 기준, 노무제공플랫폼 특례는 2022년 1월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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