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성 기준은 이미 폐지되지 않았나요?"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법 조문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라이더가 사고를 당한 뒤 마주하는 장면들은 여전히 "이 사람은 누구에게 소속된 노동자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닮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속성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폐지 이후 어떤 쟁점이 남았는지, 그리고 왜 그 쟁점들을 '전속성의 다른 얼굴'로 봐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전속성 기준은 무엇이었고, 왜 라이더에게 높은 벽이었나
전속성 요건은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조건이었습니다. 내용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그 보수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배달 노동자의 경우 고시상 한 업체에서 월 소득 116만 원대 이상, 월 97시간 이상 일해야 인정되는 구조였습니다.
이 기준에는 분명한 논리가 있었습니다. 한 사업에 경제적으로 매여 있는 사람이어야 그 사업이 보험료를 분담하고 책임질 근거가 생긴다는 발상입니다. 근로자 개념의 핵심인 '종속성'을 보험 적용의 문턱으로 빌려온 셈입니다.
문제는 배달 시장의 실제 모습이 이 전제와 달랐다는 점입니다. 라이더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여러 업체의 일감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아 한 업체 기준을 채우기 어려웠고, 실제로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2022년 봄에는 배달 중 트럭에 치여 숨진 노동자도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본인이 신청하면 가입에서 빠질 수 있는 적용제외신청 제도까지 겹쳐, 전속성과 함께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막는 큰 장애물로 꼽혔습니다. 여러 앱을 켜 두는 것은 라이더의 게으름이 아니라 일감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소득을 지키려는 합리적 선택이었는데, 제도는 그 합리성을 보호 제외의 사유로 삼았던 셈입니다.
2. 폐지는 무엇을 바꾸었나
2022년 5월 산재보험법이 개정되어 2023년 7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를 '노무제공자'로 통합·재정의했고,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가입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개정법은 기존 특례 조항을 삭제하고 노무제공자 개념을 신설하면서 전속성 요건을 폐지했습니다. 정부는 요건 폐지와 직종 확대로 약 92만 5천 명이 추가로 보호받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결과도 가시적이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시행 5개월 만에 가입자가 38만 5천여 명 늘어 총 119만 명이 되었습니다. 문턱을 낮추면 가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된 셈입니다. 이 성과는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문턱은 낮아졌지만 제도의 설계 방식이 같이 바뀌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 핵심 프레임: '비전속 보상, 전속 책임'
제가 이 문제를 정리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보상은 비전속으로 열렸는데, 책임은 여전히 전속적 사용자 개념에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보험 급여를 받는 문은 넓어졌지만, 비용을 나누고 사고를 막고 책임을 묻는 영역은 아직 '특정 사업주와의 관계'를 단위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네 가지 지점에서 이 어긋남이 드러납니다.
(1) 보험료: 사업주가 여럿일 때 누가 얼마를 내는가
산재보험료는 라이더와 기업이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이고, 그래서 라이더 수가 늘수록 업체의 부담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노무제공자 보험료는 월 보수액에 직종별 요율과 출퇴근재해요율을 더한 보험료율을 곱해 산정합니다. 정부도 신고 부담을 의식해 국세청에 사업소득을 신고하면 월 보수액 신고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무를 간소화했고, 저소득 노무제공자에게는 일정 직종에 한해 50% 범위 내에서 보험료를 경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지원의 편차입니다. 경기도는 플랫폼 노동자가 낸 보험료 부담금의 80%를 최대 1년간 지원하고, 제주도는 본인 부담분의 90%를 최대 8개월간 지원합니다. 지원이 지자체 재량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느 지역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같은 라이더의 실질 부담이 달라집니다. 이것은 제 해석입니다만, 사회보험이 '전국 단위 위험 분담'이라는 취지를 가졌다면 지역별 지원 격차는 설계의 빈틈에 가깝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통제력과 비용 분담의 비대칭입니다. 보험료는 라이더와 플랫폼이 반반 나누지만, 배차와 단가와 등급을 정하는 쪽은 사실상 플랫폼입니다. 비용은 대칭적으로 나누면서 위험을 만들어 내는 힘은 한쪽에 몰려 있는 구조입니다.
(2) 예방: 보상은 열렸지만 사고의 원인은 묻지 않는다
산재보험은 본질적으로 사후 보상 제도입니다. 문제는 사고를 줄이는 장치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슈페이퍼(2026년 7월)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를 제한적으로만 보호한다는 점을 사각지대로 지적합니다.
숫자를 보면 위험은 이미 라이더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2025년 1~7월 산재 승인을 받은 노무제공자 1,950명 중 퀵서비스 기사(배달 라이더 포함)가 1,470명으로 압도적이었고, 퀵서비스 기사의 산재 사망자는 2023년 38명, 2024년 32명, 2025년 40명이었습니다. 네 명 중 세 명꼴입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지부장은 알고리즘 기반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등급제가 라이더의 과로와 과속을 유발하고, 사고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그냥 교통사고로만 처리돼 왔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폐지 이후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급여를 지급하는 데 그치면 사고는 '개인의 불운'으로 남지만, 원인을 조사하면 '구조의 문제'가 됩니다. 지금의 제도는 앞의 것만 해 줍니다.
(3) 선택의 비용: 산재냐, 교통사고 보험이냐
배달 중 사고가 나면 산재 신청과 교통사고 보험 처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절차가 간편하고 처리가 빠른 교통사고 보험 쪽을 택하는 비중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제도는 열려 있어도 현실의 라이더는 속도와 번거로움으로 선택합니다. 가입자 수가 늘었다는 것과 산재가 실제로 이용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배달 종사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 의무화 방침이 더해졌습니다. 정부는 배달 중 사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이유로 의무화에 나섰고, 라이더 산재 승인 건수는 2019년 1,000여 건에서 4년 만에 6,400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산재보험료와 이륜차 보험료라는 두 비용이 라이더 앞에 놓이게 되는데, 두 제도가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대한 설계는 아직 라이더의 눈높이에서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봅니다.
현장의 힘의 비대칭도 남아 있습니다. 산재 신청에는 사업주의 동의나 확인이 필요하지 않아서, 업체가 "산재 처리하면 배차가 어렵다"고 해도 라이더가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이 법률 안내서에 따로 적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런 압박이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읽힙니다.
(4) 근로자성이라는 가장 오래된 질문
노무제공자 제도는 "근로자는 아니지만 보호한다"는 타협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7월 배달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업무위탁계약 해지를 부당해고로 판단했습니다. 앱 접근권한과 작동 방식이 플랫폼 관리 아래 있다는 점, 실시간 위치가 조회되어 타인이 대신 일할 수 없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이 판결은 하급심이므로 확정 여부와 상급심 판단은 따로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법원이 계약서의 명칭보다 앱 알고리즘의 통제라는 실질을 보았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같은 기준이 다른 라이더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면, 노무제공자라는 중간 범주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정부는 다른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임금노동자 성격이 모호해도 포괄해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일터기본법) 등 입법 패키지를 추진하고, 고용보험 관리체계를 근로시간에서 소득 기준으로 개편해 플랫폼 종사자의 가입을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플랫폼 종사자는 88만 3천 명, 특수고용을 합치면 약 144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법원은 '근로자로 인정'하는 쪽으로, 입법은 '근로자 밖의 일하는 사람 보호'를 넓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두 경로가 어떻게 만날지가 앞으로의 핵심입니다.
4. 제 견해: 전속성은 '요건'에서 '설계 철학'으로 이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속성 요건의 폐지는 입구를 넓혔을 뿐, 보호의 기본 단위를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보험료는 사업주와 반반, 신고는 사업주 중심, 책임은 사용자 개념에 기대는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요건이라는 이름표는 떼어졌지만 그 사고방식은 다른 곳에 옮겨 붙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래서 개선 방향도 '요건'이 아니라 '설계'를 향해야 합니다.
- 첫째, 보험료 분담을 통제력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배차와 단가 결정권이 클수록 플랫폼의 분담 비중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비용이 배달비 인상이나 라이더 일감 축소로 전가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으므로, 단계적 도입과 효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 둘째, 산재 승인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와 예방 연계가 필요합니다. 급여 지급으로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승인된 사고의 유형을 분석해 배차·시간대·등급제 같은 구조적 요인을 점검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 셋째, 보험료 지원의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지자체 재량 사업에 맡기기보다 경감 제도를 통한 전국 단위 지원으로 옮기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재원 문제가 따라옵니다. 세입, 사회보험료, 재정지출 중 어느 축에서 누가 부담할지의 문제이고, 저는 이 합의 없이는 지원이 선언에 그칠 것이라고 봅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1. 배달 라이더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은 지금도 있나요?
- 아닙니다. 2023년 7월 1일부터 폐지되어 여러 플랫폼에서 일해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입니다.
Q2. 여러 배달 앱을 동시에 쓰는데 산재 신청이 가능한가요? 업체 동의가 필요한가요?
- 가능하며, 신청에 사업주 동의나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Q3. 산재와 교통사고 보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요?
- 두 가지 모두 선택할 수 있고, 처리 속도와 보상 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사고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므로 신청 전에 근로복지공단이나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전속성 기준의 폐지는 분명한 진전이었고, 가입자 수가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보호의 문턱이 낮아진 것과 보호의 설계가 바뀐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보험료 분담, 사고 예방, 제도 간 조정, 근로자성이라는 네 쟁점은 모두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전속성 논란은 이름만 바꿔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슈페이퍼 2026-1 「배달라이더 사고를 줄이자」(2026.7): 노무제공자 산재 승인 중 퀵서비스 기사 비중, 사망자 통계, 산업안전보건법 사각지대 지적
- BKL 뉴스레터, 슬로우뉴스 판결비평(2026): 서울고법의 배달 플랫폼 라이더 근로자성 인정 판결의 판단 요소와 실무적 시사점
- 오마이뉴스 라이더유니온 인터뷰: 알고리즘 기반 요금·등급제와 사고 조사 부재에 대한 노조 측 문제제기
- 경기신문(노동부 실태조사 보도): 플랫폼 종사자 규모 추정, 일터기본법과 소득기준 고용보험 개편 방침
- 뉴시스(2023.6), SBS Biz(하위법령 입법예고 보도), 한국법률일보: 2022년 5월 개정, 2023년 7월 시행, 노무제공자 개념 신설, 추가 보호 대상 추산, 보험료 경감·보수액 신고 간소화
- 아시아경제(2024.3, 근로복지공단 발표): 폐지 5개월 만의 가입자 증가(38.5만 명, 총 119만 명)
- 데일리안, SBS Biz(유상운송보험 보도): 보험료 분담 구조, 산재와 교통사고 보험 처리 선택, 승인 건수 증가
- 쿠키뉴스, 메트로신문(제주): 경기도·제주도의 산재보험료 지원 사례
- 공공데이터포털 노무제공자 산재보험료율, 미래조선·주간경향(폐지 전 전속성 요건 내용과 사례): 보험료 산정 방식, 폐지 전 고시 기준과 현장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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