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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 취향 공동체가 만든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2. 28.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은 단순한 ‘취미 소비’가 아니라, 취향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문화 현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팬덤 여행이 어떻게 개인의 자아, 공동체 소속감, 도시·지역의 이미지까지 재구성하는지 상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이란 무엇인가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은 특정 아티스트, 장르, 콘텐츠를 중심으로 팬들이 공연·페스티벌·성지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여행 행위를 의미합니다. 단순 관광이 아니라, ‘나의 팬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기 위한 목적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일반 레저 여행과 구분됩니다.

  • K-팝 팬 투어리즘: 팬들이 콘서트, 팬미팅, 촬영지, 소속사 사옥, 성지 카페 등을 순례하는 이동
  • 음악·공연 관광: 특정 뮤지션 투어, 페스티벌, 공연을 중심으로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
  • 축제·도시 원정: 부산영화제, 지역 음악·문화 축제에 맞춰 도시를 찾아가는 참여형 이동

특히 MZ·Z세대는 공연 관람을 넘어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검증받고 싶어 합니다.

 

2. 팬덤 관광과 경험 소비: 왜 사람들은 원정을 떠나는가

2-1. 음악·콘텐츠 중심 ‘경험 관광’의 부상

음악관광과 팬 투어리즘은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굿즈 구매, 성지 방문, 같은 팬들과의 만남까지 이어지는 복합 경험 패키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K-팝 공연 연계 패키지는 숙박·교통·티켓·체험을 결합한 형태로 빠르게 완판되며, 이는 팬들이 공연 자체뿐 아니라 전체 경험 설계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공연 전: 티켓팅, 좌석 인증, 원정 동행자 모집, 여행 일정 공유
  • 공연 중: 떼창, 응원봉 물결, 팬 미션 수행, 해시태그 실시간 업로드
  • 공연 후: 포토스팟 재방문, 콘서트 굿즈 인증, 후기·직캠 공유, 2차·3차 감상 문화

이 모든 과정이 ‘경험의 총합’으로 기억되며, 팬들은 “이번 투어에 참여한 나”라는 정체성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쌓아갑니다.

2-2. 슈퍼팬 경제와 감정 투자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비욘세 투어처럼 글로벌 팝 아이콘의 콘서트는 수십억~수백억 규모의 지역 경제 효과를 창출하며, ‘슈퍼팬 경제’의 대표 사례로 분석됩니다. K-팝 역시 비슷한 구조로, 세븐틴·BTS 등 인기 그룹 공연과 연계된 패키지 상품이 연속 매진되며 브랜드 충성도와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팬들이 단순 티켓 가격이 아니라 정체성·소속감·추억이라는 정서적 가치를 함께 구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원정 여행은 “내가 이 세계관의 일부”라는 감정적 증거를 사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3. 취향 공동체와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

3-1. 팬덤 공동체: ‘나와 같은 사람들’의 발견

콘텐츠 투어리즘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준사회적 상호작용(파라소셜 관계)이 실제 관광지 방문과 팬덤 활동을 통해 더 깊은 소속감과 의미로 전환됩니다. 팬들은 온라인에서 이미 공유하던 팬 정체성을 오프라인 공연장과 축제 현장에서 실물로 체험하며, “나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 해시태그 기반 팬 모임 (#서울콘1일차, #부산페스티벌원정 등).
  • 응원법·드레스코드·슬로건 등 ‘집단 퍼포먼스’의 공유.
  • 성지 카페, 포토존, 팬아트 마켓에서의 자발적 만남.​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은 단순한 팬 모임이 아니라, “같은 세계관 안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취향 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 소속감이 곧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의 뼈대를 이룹니다.

3-2. “나는 어떤 팬인가”라는 정체성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을 반복할수록, 사람들은 “나는 이 아티스트를 위해 해외 원정까지 가는 사람”, “나는 매년 이 축제에 캠핑 텐트를 치는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이 정체성은 몇 가지 층위로 나뉩니다.

  • 실천의 층위: 국내·해외 투어 전 일정 참가, 연차를 내서라도 가는 ‘올인 팬’인지, 특정 도시만 골라 가는지 등
  • 경제적 층위: 콘서트·굿즈·원정에 어느 정도 예산을 쓰는지, 소비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 서사적 층위: “이 아티스트 덕분에 여행을 시작했다”, “이 축제 때문에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됐다”라는 개인 서사

즉 원정 여행은 ‘어떤 팬인지’를 증명하는 실천이자,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타이틀이 됩니다.

 

4. 도시·축제·지역이 만들어내는 팬 정체성

4-1. 지역 축제와 공동체·정체성

축제 연구에 따르면, 축제는 지역문화 정체성 발현의 핵심 장이자, 공동체 의식과 자부심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축제는 지역의 신화·역사·전통을 바탕으로 주민·방문객이 함께 참여하는 집단행위이며, 경제적 이윤뿐 아니라 개인적·집단적 정체성 확인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지역적 정체성의 공고화: “이 도시는 영화제의 도시”, “이 섬은 음악 축제의 섬”이라는 이미지 형성
  • 공동체 의식 강화: 자원봉사, 지역 상인 참여, 주민 주도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만든 축제’라는 감각 형성​
  • 외부인과의 상호작용: 축제 방문객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를 다시 설명하고 재구성하는 과정 발생

팬덤·축제 원정 여행을 통해 방문한 외부 팬들은 이 지역 이미지를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가져가며, 온라인에서 “나의 축제 도시”, “나의 성지”로 재서술합니다.

4-2. K-콘텐츠 성지순례와 도시 브랜딩

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 팬의 90% 이상이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고 응답할 정도로, K-드라마·K-팝 촬영지와 공연장은 강력한 관광 동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연과 콘텐츠는 숙박·교통·지역 소비로 확장되며, 수도권뿐 아니라 촬영지·공연장 인근 도시로 여행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K-팝 성지순례 투어에서는 해외 팬들이 공연장을 넘어 소속사 사옥, 아티스트 단골 카페·식당, 포토스팟을 따라 이동하며 “아이돌의 흔적”을 걷습니다. 서울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팬들의 상징적 ‘성지’로 자리잡았고, 이런 투어는 플랫폼(셀레트립 등)을 통해 디지털 여행 코스로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도시는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가 아니라, 팬 정체성이 실현되는 무대로 브랜딩되며, 팬들도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도시”라는 감정적 지도를 마음속에 새기게 됩니다.

 

5. 팬덤·축제 원정 여행이 만든 새로운 사회적 관계

5-1. 경제 효과를 넘어선 사회적 관계망

대형 콘서트·축제는 항공·숙박·식음료·쇼핑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요소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축제기획 연구에서는 축제가 지역의 자원봉사 정신, 상호 협조,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계층 간 긴장 완화와 집단 간 이해 증진에도 기여한다고 분석합니다.

 

팬덤 원정 여행은 여기에 더해,

  • 국경을 넘는 팬 네트워크 형성 (글로벌 팬카페, SNS 그룹, 다국적 응원 프로젝트)
  • 팬과 지역 주민, 상인, 자원봉사자 사이의 반복적 상호작용
  • “팬덤이 곧 도시의 손님이자 파트너”라는 인식 확산

이라는 사회적 관계망을 재구성합니다. 즉 팬덤 여행은 경제적 파급효과와 동시에 관계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5-2. SNS와 상징 자본: ‘다녀온 나’의 위상

팬 투어리즘을 다룬 연구·기사들은, 팬들이 공연·축제 원정을 SNS에 인증하며 일종의 상징 자본을 획득한다고 지적합니다. 희소성이 높은 티켓, 멀리 떠난 원정 거리, 특정 스폿에서만 구할 수 있는 굿즈는 모두 “나의 팬으로서의 헌신”을 보여주는 증표가 됩니다.

  • “몇 회차 투어를 뛰었는가”
  • “몇 번째 줄, 어떤 구역에서 봤는가”
  • “어느 성지들을 직접 다녀왔는가”

와 같은 요소들이 팬덤 내부에서 상징 자본으로 기능하며, 이는 곧 팬 커뮤니티 내 위상과 발언권으로도 연결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위계와 평가 구조는 때로 피로와 배제를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팬들이 더 촘촘히 얽힌 사회적 집단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6. 취향 공동체가 만든 정체성의 빛과 그림자

6-1. 해방감과 안전한 소속감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일상에서 주변화됐던 취향이 축제 공간에서는 중심이 되는 뒤집힘 경험입니다.

  • 학교·직장에서 이해받지 못하던 덕질, 음악 취향이 공연장에서는 ‘당연한 언어’가 됩니다.​
  • ‘이렇게까지 좋아해도 되나’ 망설이던 감정이, 집단 떼창과 응원 속에서 해방됩니다.
  • “여기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감각이, 강력한 심리적 안정과 소속감을 형성합니다.​

이때 팬덤 공동체는 기존 가족·직장·지역 공동체와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사회적 안전지대로 경험됩니다.

6-2. 소비 압박, 계층화, 배제의 문제

그러나 이런 정체성은 동시에 소비력과 이동성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특권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 고가 티켓·해외 항공료·숙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팬들은 ‘현장에 못 가는 팬’으로 주변화될 수 있습니다.
  • 팬덤 내부에서 원정 횟수, 굿즈 규모, 성지 방문 이력이 ‘진정성’의 척도로 오용되며 위계를 낳기도 합니다.​
  • 지역 입장에서도 팬 투어리즘이 과도한 상업화, 특정 상권 편중, 생활권 침해를 초래하면 주민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이 건강한 취향 공동체와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을 만드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 배제를 최소화하고 지역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규범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7. 앞으로의 과제: 책임 있는 팬덤 여행과 정체성의 재구성

팬덤·축제·콘서트 원정 여행은,

  • 개인에게는 “내가 누구인지”를 재정의하는 서사적 체험
  • 공동체에게는 취향 기반 연대와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 도시·지역에게는 브랜딩과 경제·문화적 활력의 원천

으로 작동하며, 이미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과제는 이 움직임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그리고 더 포용적인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입니다.

 

팬 입장에서는 과도한 소비 압박에 휘둘리기보다, 나의 속도와 기준을 지키면서도 공동체와 연대하는 방식의 팬덤 여행 문화가 필요합니다. 지역과 산업 입장에서는 팬덤을 단순 수익원이 아닌 ‘함께 도시 문화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팬·주민·사업자가 함께 공존 규칙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결국 취향 공동체가 만든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은,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고 어디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집단적 실험입니다. 이 실험이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고, 더 안전하며, 더 즐거운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도움 글·연구 출처]

  • 「음악관광과 공연수익: K-팝부터 글로벌 투어까지」, 2025년 음악관광·팬덤 마케팅 보고서​
  • 「K-pop과 팬 투어리즘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관광 분석 블로그 글​
  • 한국무용학회지, 「지역축제의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에 관한 연구」, 지역 축제와 정체성 분석 논문​
  • 「테일러 스위프트·비욘세의 영향력과 콘서트 매출 파급 효과」, 슈퍼팬 경제·투어리즘 효과 보고서​
  • 디지털조선, 「K-콘텐츠 팬 93%, ‘한국 여행 계획했다’… 관광 수요로 전환」, 2025.12.23​
  • 여성조선, 「대세는 K-팝 성지순례··· ‘BTS 광화문 공연’ 기다리는 외국인 핫플은?」, 2026.02.19​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축제기획과 문화가치」, 축제·공동체·정체성 관련 연구 자료​
  • 티스토리 ‘프렌들리 이코노미’, 「2025 한국 ‘개최’ 대박 열풍! 10만 관객 콘서트부터 글로벌 유네스코…」, 대형 콘서트 경제효과 설명 글​
  • DBpia, 「콘텐츠 투어리즘에 대한 준사회적 상호작용 경험 분석」, 팬덤 관광객 경험 연구 논문​
  • 유니콘팩토리, 「K-팝 팬 따라 여행하는 플랫폼 ‘셀레트립’… 글로벌 팁스 선정」,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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