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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한부모가족 지원제도, 사각지대는 어디에 남아있나?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8. 27.

2026년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이 6,260억 원으로 편성되며 전년보다 6% 늘었습니다. 복지급여 지급 기준이 완화되고, 양육비 선지급제 소득 기준도 10월부터 폐지될 예정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매년 확대되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만나는 한부모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지원이 있는 줄 몰랐다", "자격이 애매해서 못 받았다", "받다가 갑자기 끊겼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예산 증액이라는 숫자 뒤에 여전히 남아 있는 구조적 사각지대를, 제도 설계의 논리를 따라가며 짚어보려 합니다.

 

1. 생애주기의 경계에서 갈라지는 지원

한부모가족 지원제도는 나이를 기준으로 여러 층위로 나뉘어 있습니다. 모(부)의 연령이 만 24세 이하이면 '청소년한부모', 25~34세이면 '청년한부모'로 분류되고, 각각 적용되는 소득 기준과 급여 수준이 다릅니다. 청소년한부모는 기준 중위소득 72% 이하까지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 대상이 되고 급여는 65% 이하 가구에 지급되는 반면, 일반 한부모가족의 증명서 발급 기준은 이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경계선을 넘는 순간입니다. 만 24세에서 25세로 넘어가는 하루 차이로 적용되는 지원 체계 자체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재신청과 자격 재심사가 뒤따릅니다. 행정 처리 공백이 생기면 실제로 지원이 끊기는 몇 개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녀 쪽 나이 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양육비와 양육비 선지급금은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만 지급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양육 부담이 가장 커지는 시점은 오히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기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원이 끊기고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이 그대로 한부모에게 전가되는 구조는, 나이라는 행정적으로 다루기 쉬운 기준이 실제 양육 부담의 곡선과 어긋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제도가 '몇 살까지'를 기준으로 설계되는 한, 그 경계 자체가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2. 양육비 선지급제, 소득 기준을 없애도 남는 한계

2025년 7월 도입된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에게 국가가 먼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고, 이후 비양육 부모로부터 회수하는 제도입니다. 시행 1년 만에 6,923가구, 자녀 1만 917명에게 총 167억 3,000만 원이 지급되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회수 실적을 보면 다른 그림이 나타납니다. 2025년 7~12월에 선지급된 77억 3,000만 원 가운데 2026년 5월 말까지 회수된 금액은 6억 4,000만 원 수준입니다. 회수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셈입니다. 정부가 국세청·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한 강제징수 체계를 구축하고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결국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비양육 부모에게서 얼마나 걷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근본적인 사각지대는 선지급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선지급을 받으려면 양육비 이행명령이나 강제집행 등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노력'을 진행했거나 종료한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2024년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 중 71.3%가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애초에 법원 판결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입니다. 집행권원 자체가 없는 한부모는 소득 기준이 폐지되어도 여전히 선지급 대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소송을 밟을 심리적·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제도 밖에 남겨지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합니다.

 

3. 소득 기준 절벽과 '일할수록 손해'라는 함정

한부모가족의 복지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증명서 발급은 72% 이하라는 선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뿐 아니라 재산의 소득환산액까지 합산해 산출되므로, 근로소득이 조금만 늘거나 소액의 자산이 잡혀도 기준선을 넘어 급여 전체가 끊기는 절벽 효과가 발생합니다. 월 몇만 원의 소득 증가가 월 23만 원의 복지급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하는 순간, 합리적 선택은 오히려 소득을 기준선 아래로 유지하는 쪽이 됩니다. 자립을 지원한다는 제도의 취지와, 자립을 시도하면 손해를 보는 급여 설계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이 문제는 한부모가족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 소득 기준을 '문턱'으로 설계하는 모든 선별적 복지제도가 공유하는 구조적 한계입니다. 다만 한부모가족의 경우 부양자가 한 명뿐이라는 특성상 근로시간 확대나 이직 등 소득 변화가 가구 전체 생계에 미치는 충격이 크고, 그만큼 절벽 효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만하게 급여를 줄여나가는 점감 구조나 근로소득 공제 확대 없이는, 소득 기준 자체가 근로 의욕을 꺾는 장치로 작동할 위험이 있습니다.

 

4. 예산사업이라는 태생적 불안정성

마지막 사각지대는 개별 급여의 설계보다 더 근본적인 층위에 있습니다. 한부모가족 지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이나 국민연금처럼 법률상 수급권이 명확히 보장된 사회보험이 아니라, 매년 정부 예산 편성을 통해 규모와 단가가 정해지는 예산사업입니다. 2026년 예산이 6,260억 원으로 늘고 아동양육비가 월 28만 원에서 33만 원으로, 학용품비가 연 9만 3,000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된 것도 결국 그해 예산 심의 결과입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재정 여건이 나빠지거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는 해에는 지원 수준이 물가 상승률만큼도 오르지 않거나 정체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학용품비처럼 소액 정액급여는 물가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여러 해 동결되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수급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기보다, 매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잠정적 혜택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신청주의라는 전달체계의 특성이 더해집니다. 지원을 받으려면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신청해야 하며, 정부가 대상자를 찾아가 자동으로 지급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위기 상황에 놓인 한부모일수록 복지 정보를 탐색할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부족하고, 복지로와 같은 온라인 창구의 안내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제도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는, 예산 규모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네 가지 사각지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제도가 '전형적인 한부모 가구'를 상정하고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나이 기준은 생애주기의 다양성을, 선지급제의 자격 요건은 법적 대응 여력이 없는 한부모의 존재를, 소득 절벽은 근로를 통한 자립 경로를, 예산사업이라는 성격은 안정적 권리로서의 복지를 각각 놓치고 있습니다. 단가 인상이나 예산 증액만으로는 이 틈이 메워지지 않습니다. 연령 기준을 계단식이 아닌 완만한 전환 구간으로 설계하고, 집행권원이 없는 양육비 채권자를 위한 별도 지원 경로를 마련하며, 소득 구간별로 급여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방식을 도입하고, 핵심 급여만큼은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방향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자료]

  • 성평등가족부, 「2026년 한부모가족지원사업 안내」 및 2026년도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안(정책주간지 K-공감) - 2026년 예산 규모(6,260억 원), 복지급여·아동양육비·학용품비 인상 내역, 소득 기준 완화 내용을 확인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easylaw.go.kr) - 한부모가족 소득 기준(중위소득 65%·72%), 가구 판정 방식 등 제도 세부 요건을 참고
  • 성평등가족부 보도자료 및 머니투데이·헤럴드경제·한국일보 보도(2026년 6~7월) -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1년 실적(지급액·회수율), 10월 소득 기준 폐지 계획을 확인
  • 연합뉴스 팩트체크(2026년 4월) - 2024년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중 양육비 미수령 비율(71.3%) 등 통계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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