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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20년, 보장률은 왜 70%의 벽을 넘지 못했나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9. 1.

건강보험 보장률 70%. 노무현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부터 문재인 케어까지, 지난 20년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해 온 목표입니다. 그런데 2024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보장률은 60% 초중반이라는 벽 안에 갇혀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정책 실패론을 넘어, 보장률이라는 숫자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함정을 짚어보려 합니다.

 

1. 20년간 반복된 약속, 그리고 정체된 숫자

건강보장성 강화 정책의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 4대 중증질환(암·뇌혈관·심장·희귀난치성질환) 본인부담률 인하로 시작된 흐름은,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이어졌습니다.

2017년 8월, 정부는 미용·성형처럼 생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진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며, 2017년 62.7%였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800여 개에 달하던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고,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 급여화, 간병비 부담 완화라는 '3대 비급여' 해소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목표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18년 보장률은 63.8%에 그쳤고, 2019년에는 64.2%로 겨우 0.4%포인트 상승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이후로도 보장률은 정체를 거듭해 2020년 65.3%(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상승 요인 포함), 이후 다시 하락과 정체를 반복하며 2024년 64.9%로 3년 연속 60%대 중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목표했던 70%는 물론이고, 정책 시행 전보다 겨우 2%포인트 남짓 오른 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대별·의료기관 종별로 결과가 판이하다는 점입니다.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은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뚜렷이 상승했고, 5세 이하 아동은 66.8%에서 69.4%로, 65세 이상 노인은 68.8%에서 70.7%로 올라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동네의원(의원급)의 보장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역설이 나타났습니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영역과, 정책이 비껴간 영역이 뚜렷하게 갈린 것입니다.

 

2. "회전문 급여화" - 왜 급여화할수록 비급여는 다시 생겨나는가

여기서 이 글이 제안하고 싶은 원 프레임은 '회전문 급여화' 구조입니다. 보장률은 분자(건강보험이 부담한 진료비)를 분모(총 진료비)로 나눈 값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분자를 키워도, 분모 자체가 같은 속도로 팽창한다면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년간 반복된 정체는 바로 이 분모의 자기증식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세 가지 경로로 이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비급여의 자기창설 메커니즘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비중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정책 시행 첫해인 2018년 이후 10년간 의원급 비급여 비율이 1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습니다. 기존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편입하면, 의료기관은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비급여 주사·시술 등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개발해 왔습니다. 이는 개별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라기보다, 급여화 속도가 비급여 생성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제도 설계상의 시차 문제에 가깝습니다. 신의료기술이 도입되고 시장에 안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를 급여 체계에 편입하기 위한 행정·재정적 검토 기간 사이의 간극이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 실손보험이라는 두 번째 지불자

두 번째 경로는 실손의료보험입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비급여 시장을 키우는 유인구조로 작용해 왔습니다. 환자가 비급여 진료비를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격 저항을 약화시키고, 의료기관은 이 틈을 타 특정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비급여와 실손보험이 서로를 키우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건강보험 하나만 개혁해서는 보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을 통해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하고, 비중증 비급여에 대한 보장은 축소하는 반면 중증 비급여는 본인부담 상한을 도입해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바로 이 결합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다.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의 양극화

세 번째는 의료기관 종별 격차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은 뚜렷이 상승한 반면 의원급은 정체 또는 하락했습니다. 이는 정책 설계 자체가 중증·고액 질환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 급여화 등 문재인 케어의 핵심 과제 대부분이 대형병원 이용 환자에게 집중된 혜택이었습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화되는 부작용까지 낳았습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점유율은 정책 시행 이전인 2017년 16.2%에서 2018년 18.1%로 급증한 바 있습니다. 보장률이라는 하나의 숫자 뒤에는, 종별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의료 이용 궤적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3. 최근의 대응: 구조를 겨냥하기 시작했는가

2024년 발표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은 문재인 케어의 성과와 함께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반성적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 정부는 몇 가지 방향에서 회전문 구조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1. '관리급여' 제도 -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아직 급여화되지 않은 비급여는 신속히 건강보험으로 편입하고, 과잉 진료 우려가 큰 비급여는 관리급여라는 중간 단계를 통해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급여와 비급여라는 이분법 대신, 그 사이에 통제 가능한 완충지대를 두겠다는 접근입니다.
  2. 앞서 언급한 5세대 실손보험 개편 -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어 보장 수준을 차등화함으로써, 실손보험이 비급여 시장을 무분별하게 키우는 유인을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3.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 등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에 대한 학회 차원의 자율 가이드라인 도입 - 시행 횟수와 적용 부위, 적용 질환을 제한함으로써 비급여의 자기증식 속도 자체를 늦추려는 접근입니다.

다만 이러한 대응들이 회전문 구조를 근본적으로 멈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관리급여의 기준을 얼마나 근거 기반으로 설계하는지, 실손보험 개편이 기존 가입자에게까지 실효적으로 적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신규 개편 약관은 향후 10년에 걸쳐 순차 전환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의료기관의 수익 구조 재편이 새로운 형태의 비급여로 다시 이어지지는 않을지가 관건입니다.

 

4. 보장률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이 글에서 짚고 싶었던 핵심은, 보장률 70%라는 목표가 20년간 달성되지 못한 것이 단순히 재정 투입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자를 키우는 정책만으로는 분모가 함께 팽창하는 구조적 유인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실질적인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려면, 급여화 속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비급여의 자기창설 유인 자체를 줄이는 설계, 그리고 실손보험이라는 두 번째 지불자를 건강보험 정책의 틀 안으로 함께 끌어들이는 접근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장률이라는 숫자 하나에 매몰되기보다, 그 숫자를 움직이는 구조를 함께 들여다볼 때에야 비로소 '벽'을 넘어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 국민건강보험공단·보건복지부, 「2024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및 2024년 건강보험 보장률 보도자료(2025.12.30) - 2024년 보장률 64.9%, 총진료비·비급여 진료비 규모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위키 - 정책 배경, 2017년 62.7%→2022년 70% 목표, 연령별 보장률 변화
  • 한국경제, 「文케어 건보 보장률 70% 달성 난망…동네의원 비급여 폭발」(2019) - 의원급 비급여 확대 현상, 2018년 보장률 63.8%
  • 나무위키, 「문재인 케어」 항목 — 2022년 목표 미달성 정리,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 관련 언급
  • 데일리메디, 「복지부 "비급여·실손 손봐야 필수의료 산다"」(2026.7) - 관리급여 정책 방향, 비급여-실손보험 결합 구조에 대한 정부 진단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25.4) 및 감독규정 입법예고(2026.1) - 5세대 실손보험 개편 내용, 중증·비중증 비급여 차등 보장 방안
  • 뱅크샐러드, 「비급여 실비 어디까지 될까? 2026 최신 정리」 - 5세대 실손보험 출시 및 비급여 보장 변경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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