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인구집단입니다. 하지만 이 두 집단이 한국의 복지제도 안에서 겪는 어려움을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닮은 구조적 문제가 발견됩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국민'으로 설계된 복지제도에 예외적으로 편입되었고, 그 예외성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이 놓인 사각지대를 각각 살펴보고, 두 집단을 관통하는 공통의 구조를 짚어보겠습니다.
1. 왜 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을 함께 봐야 하는가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이주민 수는 약 2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 수준에 이릅니다. 같은 해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족 중 거주 기간이 15년 이상인 가구가 52.6%, 20년 이상인 가구도 28.3%를 차지합니다.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이제 막 정착을 시작한 신규 집단'이 아니라, 이미 한 세대를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장기 정주 집단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민 역시 비슷한 국면에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누적 입국 탈북민 수는 3만 4,600명에 달하며, 최근 3년간 연 200명대(2023년 196명, 2024년 236명, 2025년 223명)로 신규 입국이 크게 줄어든 반면, 이미 정착한 3만여 명은 점차 고령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즉 두 집단 모두 '신규 유입 집단'에서 '장기 정착 집단'으로 성격이 전환되는 시점에 와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복지제도가 이 두 집단을 여전히 '예외'로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외국인이고, 탈북민은 국적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지만 정착 초기의 특수성 때문에 별도의 특례 조항 안에서만 보호받습니다. 이 글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두 집단이 복지제도에 편입되는 방식을 각각 '관계 종속형 편입'과 '기간 종속형 편입'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편입 방식이 공통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가 바로 '이중의 사각지대'입니다.
2. 다문화가정: '관계 종속형 편입'의 구조
결혼이민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거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5조의2와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급 자격이 상당히 좁은 조건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급여 대상자가 되려면,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 중인 상태에서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 중이거나, ② 대한민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③ 배우자의 대한민국 국적인 직계존속과 생계나 주거를 같이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합니다. 만약 이혼했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대한민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사망한 배우자의 태아를 임신하고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수급 자격이 인정됩니다.
이 조항이 의미하는 바를 뒤집어서 읽으면 이렇습니다.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이혼하거나 배우자와 사별한 결혼이민자는, 위의 어떤 조건에도 해당하지 않아 복지 수급 자격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을 살아왔더라도, 혼인 관계가 끊어지고 자녀도 없다면 제도는 이 사람을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외국인' 범주에서 아예 제외해버립니다.
체류자격 역시 같은 논리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결혼이민(F-6) 자격은 원칙적으로 혼인 관계의 지속을 전제로 하며, 이혼이나 별거 상태에서 체류를 이어가려면 '본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혼인관계 파탄'이라는 조건을 입증해야 합니다. 즉 복지수급권과 체류자격이 이중으로 '혼인관계'라는 하나의 끈에 매달려 있는 셈입니다. 이 끈이 끊어지는 순간, 제도적 지위 자체가 함께 흔들리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다문화가족 전반의 소득 수준이나 자녀 교육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와 함께, '결혼이민자 부재 가구', '조손·한부모 다문화가구', '중도입국 청소년', '고령 이민자' 등이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의 다문화가족 지원 체계는 사실상 '결혼이민자-배우자-자녀'로 구성된 표준적 가족 형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서, 이 표준에서 벗어난 가구 형태일수록 지원에서 소외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2000년대 국제결혼 급증기에 입국한 결혼이민자들이 이제 50~60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한국에 입국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충분히 쌓지 못한 경우가 많고, 소득 수준도 낮아 노후소득보장에서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 정착이 곧 안정적인 노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령화되어 가는 다문화가정의 1세대가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3. 탈북민: '기간 종속형 편입'의 구조
탈북민의 경우는 다문화가정과 다른 방식으로 예외적 편입이 이루어집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정착지원시설(하나원)에서 퇴소한 이후 생활이 어려운 탈북민은 5년의 범위 안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정착지원금도 재산 산정에서 제외되는 특례를 적용받습니다. 이는 탈북민이 남한에 연고가 거의 없다는 특수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도입니다.
문제는 이 특례가 '기간'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특례기간은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계속 축소되어 왔습니다. 예컨대 생계급여 산정 시 정부지원금을 소득에서 제외해주는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었고, 근로 능력자에게 자활사업 참여 의무를 유예해주는 기간도 1년에서 6개월로 줄어든 사례가 있습니다. 취업을 장려하고 자립 유인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특례라는 '보호막'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얇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여 온 것입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탈북민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률은 2010년 51.3%에서 2015년 25.3%로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를 자활 성과로 해석하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이 수치가 특례기간 종료 시점과 맞물려 나타난다는 점은 신중하게 봐야 할 대목입니다. 소득이 실제로 늘어서 수급에서 벗어난 경우와, 특례기간이 끝나면서 일반 기준(부양의무자 기준, 재산 기준 등)을 적용받아 탈락한 경우를 통계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5년이라는 시한이 지나는 순간, 정착 초기에 해소되지 못한 취약성을 그대로 안은 채 '일반 국민'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받게 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탈북민 집단 전체의 고령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신규 입국자가 연 200명대에 그치면서 전체 탈북민 인구의 평균 연령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이미 정착한 지 10년, 20년이 지난 이들 중에는 홀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고령·1인가구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2019년 발생한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은 이러한 고립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통일부는 탈북민 취약세대 전수조사와 부처 간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구축에 나섰는데, 이는 다른 여러 복지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 이후 대응형' 정책 패턴과 유사합니다. 위기가 이미 발생한 뒤에야 제도가 보완되는 방식으로는, 제도 밖에 있는 사람을 미리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4. 왜 '이중'의 사각지대인가
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이 마주하는 사각지대는 한 겹이 아니라 두 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1. 자격의 사각지대
다문화가정의 경우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이혼하거나 사별하면 법 조항의 어떤 예외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애초에 수급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탈북민의 경우 5년의 특례기간이 끝나는 순간, 정착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경제적 취약성을 그대로 안은 채 일반 국민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됩니다. 두 경우 모두 제도가 정한 '조건'이나 '기간'을 벗어나는 순간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입니다.
4-2. 발견의 사각지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하나센터(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는 각각 별도의 전달체계로 운영되며,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일반 복지전달체계나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합니다. 언어 장벽과 정보 접근성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이 두 집단은 '찾아가는 복지'나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같은 사각지대 발굴 체계에서도 우선적으로 포착되기 어려운 위치에 놓입니다. 자격을 잃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기존 지원센터와의 연결고리도 함께 약해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중의 사각지대란, 제도가 애초에 이들을 수급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정의(定義)의 문제'와, 설령 다른 경로로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이를 발견해낼 행정적 통로가 마땅치 않은 '전달체계의 문제'가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개선을 위해 생각해 볼 지점들
다문화가정에 대해서는, 복지수급권과 체류자격을 '혼인관계의 지속'이 아니라 '거주 기간'이나 '정주 의사'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무자녀 상태로 혼인관계가 끝난 결혼이민자에게도 최소한의 과도기적 안전망, 예컨대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특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탈북민에 대해서는, 특례기간의 종료를 '벼랑 끝'이 아니라 '완만한 경사로'로 설계하는 방향이 필요해 보입니다. 5년이 도래하는 시점에 자동으로 전수 재심사를 실시하거나, 소득·재산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한다면 급격한 탈락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집단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전달체계의 통합입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하나센터가 보유한 정보를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찾아가는 복지의 대상자 명부에 두 집단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자격을 잃은 이후에도 이들을 시야 안에 두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문화가정과 탈북민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았지만, 복지제도 안에서는 공통적으로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존재'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혹은 정해진 기간 안에서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관계나 기간이 끝나는 순간 제도의 보호를 받을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집단이 이미 장기 정착 단계에 들어선 지금, 이들을 여전히 '예외'로만 다루는 제도 설계가 타당한지 다시 한번 짚어볼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자료]
- 여성가족부,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주요 결과 (2025년 7월 발표) - 다문화가족 거주 기간, 소득 수준, 정책 사각지대 집단(결혼이민자 부재가구, 조손·한부모가구, 중도입국청소년, 고령 이민자) 관련 통계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의 급여 수급 요건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이지로), 결혼이민자·북한이탈주민 관련 체류자격 및 사회복지 안내
-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 및 관련 기초생활보장 특례 규정
- 국회예산정책처,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사업 평가」 - 탈북민 생계급여 수급률 추이(2010~2015년) 통계
- 통일부, 탈북민(북향민) 입국 현황 자료 및 관련 언론 보도(2025~2026년 입국자 수, 누적 입국자 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탈북민 위기가구 발굴 및 취약세대 전수조사 관련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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