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단순한 소비 활동이 아닌 사회·문화적 책임을 동반한 행위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미 전 세계 관광 담론에서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착한 여행’을 책임 있는 관광(responsible tourism)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그 사회·문화적 의미와 실천 방향을 상세하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여행 = 소비”를 넘어서는 문제의식
대중 관광이 일상화된 오늘날, 여행은 항공권·숙소·맛집을 소비하는 행위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파괴와 지역사회 붕괴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면서, 여행이 남기는 사회·문화적 발자취를 되짚는 책임여행·공정여행·생태여행 등의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착한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현지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여행을 ‘개인의 행복을 위한 소비’에서 ‘나와 타인이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실천’으로 재정의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본 글은 착한 여행을 둘러싼 이론적 배경과 국내외 사례, 그리고 개인 여행자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문화적 책임을 묻는 여행의 기준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2. 이론적 배경: 책임여행·지속가능한 여행·착한 여행
2.1 책임여행(responsible tourism)의 정의
책임여행은 2002년 케이프타운 선언(Cape Town Declaration) 이후,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 곧 방문하기 좋은 곳이 되도록 관광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널리 정의되어 왔습니다. 이는 관광 사업자와 정부뿐 아니라 여행자 개인이 환경·사회·경제적 영향을 인식하고, 부정적 영향을 줄이며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려는 실천을 포함합니다.
국제 책임관광 연구센터(ICRT)는 책임여행을 “지역 주민에게 이익을 주고, 환경을 보전하며, 방문객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광”으로 규정합니다. 이 정의는 단순한 ‘친환경 행동’에 머물지 않고, 경제적 공정성과 사회·문화적 상호 존중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2.2 지속가능한 여행(sustainable travel)과의 관계
‘지속가능한 여행’은 현재와 미래 세대의 경제·사회·환경적 요구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여행으로 정의되며, 방문객과 지역 공동체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방문객과 지역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하며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여행”이라고 설명합니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책임여행, 생태관광, 윤리적 관광 등 다양한 실천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책임여행이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행동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속가능한 여행은 “전체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가”라는 관점에서 정책과 전략을 설계합니다.
2.3 한국 맥락에서의 ‘착한 여행’ 개념
한국에서 ‘착한 여행’은 공정여행·책임여행·대안여행 등이 혼용되며 발전해 왔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착한 여행을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역 주민과의 공정한 관계를 지향하며 △현지 경제와 문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여행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한 지역 신문에서는 착한 여행을 “소외를 돌보는 책임여행으로, 현지에 직접 도움을 주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며 만나는 사람을 존중하는 여행”이라고 규정합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1988년 영국 시민단체의 책임여행 캠페인과 함께,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지키는 시도를 ‘착한 여행’ 실천으로 소개합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한국적 맥락에서의 착한 여행은 “여행자의 즐거움이 지역 주민의 행복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동의 이익과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는 책임 있는 여행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3. 여행의 사회·문화적 영향과 책임
3.1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부정적 영향
관광산업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환경 파괴·임대료 상승·과밀 관광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녹색관광이 지역 생태계 보존과 고용·소득 창출에 기여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방문객 유입은 지역사회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부킹닷컴의 2025 지속가능한 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의 53%가 관광이 지역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40%가 이러한 영향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여행지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글로벌 69%, 한국 72%로, 한국 여행자의 책임 의식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점도 확인됩니다.
3.2 문화적 지속가능성과 ‘관계의 공정함’
관광은 지역의 전통문화와 생활양식을 소개하는 창구이자, 동시에 상업화와 왜곡의 위험을 내포합니다. 어떤 기사는 공정여행에서 “지역의 참여, 교육적 요소, 문화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며, 주민 주도형 프로그램이 문화 보전과 자긍심 향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합니다.
국내 한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은 착한여행을 위해 세 가지 공정함을 강조합니다.
-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의 공정함: 여행자의 즐거움이 지역 주민의 행복을 빼앗지 않도록 하는 원칙
- 여행 기회의 공정함: 여성·고령자·장애인 등 누구나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
- 관계의 공정함: 관광업계 전반에서 갑을관계를 타파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
이는 여행을 통해 맺어지는 관계 자체가 하나의 사회·문화적 자산이며, 착한 여행은 이 관계의 질을 개선하는 과정임을 보여 줍니다.
4. 국내외 ‘착한 여행’ 실천 사례
4.1 국내 공정·책임여행 프로그램
한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후 착한 여행을 표방하는 사회적기업과 지역 기반 관광 프로그램이 꾸준히 등장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은 책임 있는 여행·지속가능한 공정여행을 모토로, 주민이 직접 기획·운영에 참여하고 지역경제에 수익이 돌아가는 여행 상품을 개발해 왔습니다.
또한 경기도 등 지방정부와 공익단체는 공정여행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교류, 교육적 요소, 환경·문화 보전 등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생태관광·마을여행 모델을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상품을 공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는 착한 여행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4.2 지역 주민 주도형 생태·문화관광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형 생태관광지 조성을 통해, 생태 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은 자연환경 보전과 동시에 지역 주민의 참여, 해설·교육 프로그램, 지역 특산물 소비를 결합함으로써, 환경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과 함께 숲길을 걷고, 지역 문화 체험과 식사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소개되며, 이는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지키는 ‘착한 여행’의 예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모델은 여행자가 단순 구경꾼이 아닌 ‘손님이자 이웃’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하여, 상호 존중의 문화를 형성합니다.
4.3 국제적 책임여행·마을관광 사례
국제적으로도 책임여행은 정부·기업·여행자가 함께 추진해야 할 우선순위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 유럽 대학의 책임관광 자료에 따르면, 책임여행의 핵심 원칙으로 △지역 공급자 선택, △자원 소비 절감, △환경을 존중하는 상품 설계, △공정한 임금과 노동조건, △문화유산 보호와 관습 존중 등이 제시됩니다.
또한 UN Tourism이 선정한 ‘최우수 관광마을(Best Tourism Villages)’은 농촌 지역의 관광이 문화 보존과 지역 고용에 기여하는 모범 사례로, 주민이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반 관광 모델을 보여 줍니다. 이런 사례들은 한국의 농촌·어촌 마을여행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착한 여행의 국제적 기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5. 착한 여행을 위한 여행자 행동 지침
책임 있는 여행을 위해서는 제도·산업의 변화와 더불어, 개별 여행자의 일상적인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여행자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안드립니다.
5.1 여행 전: 정보 탐색과 계획 세우기
- 지역사회와 환경에 대한 기본 정보 확인
- 여행 전, 방문지의 역사·문화·관습·환경 이슈 등을 미리 학습하시면 현지에서의 오해와 문화적 충돌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책임 있는 사업자 선택
- 지역 주민 고용, 공정한 임금, 환경 보호 정책 등을 명시한 숙소·투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여행 시기·동선 조정
- 과밀 관광지가 되는 성수기·핫플만 고집하기보다, 비수기 방문이나 대안 여행지를 찾으려는 시도는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5.2 여행 중: 소비를 넘어 ‘참여’하기
- 지역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소비
- 로컬 식당·시장·소규모 사회적기업 매장 등을 이용해, 체인 브랜드 중심의 소비패턴에서 벗어나 보기를 권합니다.
- 환경 발자국 줄이기
- 재사용 가능한 물통·가방 사용, 대중교통·도보 이동 선택, 쓰레기 최소화 등은 기본적인 책임여행 실천입니다.
- 사진 촬영과 온라인 공유의 윤리
- 현지인의 동의 없는 인물 촬영, 사적인 공간 노출, 특정 문화의 왜곡된 연출은 지양해야 하며, SNS 게시 전 타인의 권리와 지역 이미지를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5.3 여행 후: 피드백과 메시지의 힘
- 책임 있는 여행사·숙소에 긍정적 피드백 남기기
- 친환경·공정·지역 상생을 실천하는 곳에 후기와 재방문 의사를 남기는 것은, 시장에서 ‘착한 여행’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 비윤리적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
- 환경파괴, 인권침해, 차별적 발언 등을 경험하셨다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책임 있는 여행자의 역할입니다.
- 주변에 경험 공유하기
- 본인의 착한 여행 경험과 배운 점을 주변 사람과 온라인에 공유함으로써, 여행 문화를 소비 중심에서 책임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실 수 있습니다.
6. ‘좋은 사람’이 되는 여행, ‘좋은 세상’을 향한 여행
착한 여행은 특별한 사람만 실천하는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일상의 선택을 조금씩 바꾸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여행지를 단순 소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곳에 사는 사람과 자연, 문화와 미래 세대까지 함께 떠올린다면, 같은 장소라도 전혀 다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날 다수의 여행자는 이미 지속가능한 여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여행자들은 여행지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여행 문화로 연결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다음 여행이, 누군가의 일상과 지역사회, 그리고 지구 전체에 작은 ‘플러스’를 남기는 착한 여행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도움 글·연구 출처]
- Harold Goodwin, “리스폰서블 투어리즘” (ICRT, 케이프타운 선언 요약 및 책임여행 정의).
- Responsible Tourism: 「리스폰서블 투어리즘: 지속 가능한 여행을 여는 길」, 「국제 환경·소비자 연구 저널」
- Universidad Europea, “리스폰서블 투어리즘이란” (UN Tourism 우수 사례 및 핵심 원칙).
-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지속가능한 여행」, 2025.
- 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관련 브리프, 「지속가능한 관광」 및 한국형 생태관광지 사업 개요.
- 경향신문, 「원주민의 삶과 문화 지키는 '착한 여행'」.
- 제주의소리, 「세상을 변화시키는 착한여행」 제주시론.
-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공정여행」.
- 네이버 블로그, 「착한여행, 공정한 여행을 만드는 세가지 조건」(착한여행 사회적기업 사례 및 공정함의 세 가지 축).
- 북킹닷컴, 「2025 지속가능한 여행 보고서」 한국 및 글로벌 여행자의 인식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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