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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구조적 공백 - 이용자별 사각지대 분석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7. 26.

정부는 매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예산과 대상자 수를 늘려왔다고 발표합니다. 2026년에도 대상자는 13만 3천 명에서 14만 명으로, 시간당 단가는 17,27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현장의 체감은 다릅니다. 숫자는 계속 커지는데, 정작 "나는 왜 여기서 빠지는가"라고 묻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예산 총량의 확대라는 표면적 지표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공백을, 제도가 상정하는 '표준적 이용자'와 실제 이용자 사이의 간극이라는 관점에서 이용자 유형별로 짚어보려 합니다.

 

1. 왜 '총량 확대'만으로는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는가

활동지원 제도는 종합조사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 시간을 배정하는 표준화된 급여 설계를 취하고 있습니다. 표준화는 행정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필연적으로 '표준에서 벗어난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을 놓치게 됩니다. 예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표준화된 틀 안에서 배분되는 파이가 커진다는 의미이지, 그 틀 자체의 설계 결함이 수정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제도의 공백을 예산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설계 논리의 문제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여섯 가지 이용자 유형은 바로 그 설계 논리가 삐걱거리는 지점들입니다.

 

2. 만 65세 도래자 - 자립생활에서 요양으로 강제 전환되는 사람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잔인하다고 평가받는 사각지대는 연령입니다. 활동지원 수급자는 만 65세가 되는 순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적용을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두 제도의 설계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활동지원은 '자립생활 지원'을, 장기요양은 '요양과 보호'를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루 최대 20시간 이상 활동지원을 받던 최중증 장애인이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면 서비스 시간이 하루 3~4시간 수준으로 급감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급격한 축소가 ”욕창, 저체온증, 질식사 등 생명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2021년 법 개정으로 지자체 보전급여를 통해 종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의지에 달린 '임의 조치'입니다. 즉 서울에 사는 최중증 장애인과 재정이 열악한 지방 소도시에 사는 최중증 장애인이 만 65세를 맞는 순간, 같은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받아들게 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야말로 활동지원 제도의 공백이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거주 지역의 재정력'에 좌우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3. 만 65세 이후 최초 신청자 - 아예 신청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

더 극단적인 사각지대는 만 65세를 넘긴 뒤 활동지원 서비스를 처음 신청하려는 사람들입니다. 현행 제도는 만 65세 이전에 활동지원을 신청한 이력이 없으면, 이후에는 신청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시설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다 탈시설한 장애인, 혹은 가족이 돌봄을 전담해오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시점이 하필 65세를 넘긴 이후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활동지원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자립을 시도하는 순간 제도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이 '신청 자격 박탈'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어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4. 근로·사회활동을 병행하는 장애인 - 종합조사가 읽어내지 못하는 삶의 리듬

종합조사는 신체 기능, 인지 상태, 가구 환경 등을 계량화하여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점수화 과정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가'는 비교적 잘 포착하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필요한가'는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합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해야 하는 직장인 장애인에게 가사 지원 위주의 정형화된 서비스가 배정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만 65세를 넘겨 장기요양으로 전환된 한 근로 장애인은 “가사 지원 위주의 장기요양 서비스가 자신의 근로 형태와 맞지 않는다며 등급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는 제도가 '평균적인 돌봄 필요'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는 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삶의 리듬은 구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5. 최중증 발달장애인 - 표준 인력 배치로는 감당되지 않는 특수성

발달장애, 특히 자해나 타해 행동을 동반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또 다른 층위의 공백을 드러냅니다. 일반적인 활동지원사 1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 강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활동지원사 매칭 자체가 성사되지 않아 서비스가 있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정부가 2026년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전문수당을 인상하고 긴급돌봄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공백을 뒤늦게 인지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범사업이 전국 시행으로 확대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정되어 있어, 그 사이의 공백은 결국 가족이 떠안는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6. 지방·농산어촌 거주자 - 제도는 있으나 사람이 없는 지역

활동지원 등급을 받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활동지원사 공급 자체가 부족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적고 이동 거리가 긴 농산어촌 지역은 시급 단가가 인상되어도 활동지원사를 구인하기 어렵고, 기관 운영이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어 활동지원 기관 자체가 없는 시군구도 존재합니다. 이는 급여 시간이라는 '권리'와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공급 인프라'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총량 지표만으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사각지대입니다. 바우처는 발급되었지만 쓸 곳이 없는 상황, 저는 이것이 활동지원 제도가 가진 가장 은폐되기 쉬운 공백이라고 생각합니다.

 

7. 사각지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 구조

여섯 가지 유형을 나열해 놓고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이 제도의 사각지대는 대부분 '경계선'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만 65세라는 연령의 경계, 표준 점수라는 등급의 경계, 도시와 농촌이라는 지역의 경계, 평균적 돌봄 필요와 특수한 돌봄 필요 사이의 경계. 제도는 본래 경계를 그어야 운영이 가능하지만, 그 경계선 바로 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제도의 존재 여부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여기서 정책 설계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짚고 싶습니다. '평균을 기준으로 설계하면 대다수를 포괄할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그러나 돌봄이라는 영역에서는 평균에서 벗어난 소수야말로 가장 절박하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중심 설계가 오히려 가장 취약한 이들을 걸러내는 필터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8. 2026년 개인예산제 도입,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개인예산제는 이러한 표준화의 한계를 일부 보완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시범사업을 거쳐 도입되는 이 제도는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지원 급여와 여러 바우처를 유연하게 조합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예산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아울러 외부 인력 투입이 어려운 최중증 장애인에 한해 가족급여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개인예산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앞서 살펴본 '경계선의 문제' 만 65세 연령 기준, 지역별 인력 공급 격차가 함께 해소되어야 합니다. 예산 배분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만으로는,애초에 그 예산에 접근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9. 공백을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이유

활동지원 서비스의 예산과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 여부는 평균적인 수혜자가 얼마나 늘었는가보다, 경계선 위에 서 있던 사람들이 그 경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 65세를 눈앞에 둔 최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뒤늦게 자립한 고령 장애인, 근로를 병행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는 지역의 장애인, 이들은 통계표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제도의 설계 논리를 근본적으로 되짚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참고 자료]

  • 보건복지부, 2026년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 권고 관련 보도자료
  • 매일신문, 비마이너, 복지타임즈 등 관련 보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구조적-공백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구조적 공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