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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대기자만 늘어나는 아이돌봄서비스, 해외는 어떻게 다른가

by 구름따라 방랑자 2026. 7. 28.

맞벌이 가정이라면 한 번쯤 아이돌봄서비스 신청 화면 앞에서 한숨을 쉬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신청은 했는데 연결이 안 되고, 연결이 돼도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제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대기 문제가 왜 해가 갈수록 악화되는지,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먼저 겪은 해외 국가들은 이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구조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1. 대기 39.4일, 숫자로 보는 공급난의 실체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아이돌봄서비스의 평균 대기일수는 2021년 19일에서 지난해 39.4일로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32.8일을 거쳐 지난해 최장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셈입니다. 같은 기간 신청 가구 수는 2021년 7만 8,118가구에서 지난해 18만 3,794가구로 두 배 넘게 증가했지만, 정작 서비스로 연결된 가구의 비율, 즉 연계율은 91.9%에서 86.9%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수요는 폭증했는데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6년에는 지원 대상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200%에서 250%로 넓혔고, 취약가구 지원 시간도 연 960시간에서 1,080시간으로 늘렸습니다. 예산 역시 전년보다 26% 증액된 약 5,978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지원 대상과 예산을 늘리는 것은 '수요'를 더 받아주는 정책이지,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받아줄 아이돌보미가 부족한 상황에서 문턱만 낮추면, 대기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4월 시행된 개정 아이돌봄지원법은 민간 돌봄 제공기관의 등록을 허용해 공급 주체를 다변화하려 했지만, 정작 등록을 신청한 민간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 왜 등록제를 열어놨는데 민간은 들어오지 않는가

이 대목이 이번 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적으로는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에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보기에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 첫째, 단가 구조입니다. 2026년 기준 시간당 기본 단가는 1만 2천 원대 초반으로, 민간 시장에서 형성되는 베이비시터 요금과 비교하면 낮은 편입니다. 국가 자격을 새로 따고 행정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이 단가로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크지 않은 것입니다.
  • 둘째, 매칭 시스템이 여전히 정부 플랫폼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간 기관이 등록해도 기존의 중앙집중식 매칭 체계에 실질적으로 편입되는 절차가 불투명하면, 등록 자체의 실익이 낮아집니다.
  • 셋째, 돌봄이라는 서비스의 특성상 신뢰 검증에 드는 행정 비용이 커서, 소규모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3. 해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

독일 - 타게스무터, 국가가 품질을 보증하는 시장형 모델

독일은 재가 돌봄 인력을 '타게스무터(Tagesmutter)'라는 이름으로 조직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요금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시간당 10~12유로 선에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세금 공제로 되돌려주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양육비의 3분의 2까지, 최대 4천 유로 한도로 세액공제가 가능하며, 조부모가 돌봄을 맡는 경우까지 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돌봄 공급의 폭을 넓혀놓았습니다. 다만 독일 역시 3세 미만 영유아 보육 자리가 수만 명분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공급난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시사하는 바는, 정부가 돌봄을 직접 '배급'하는 대신 세제 혜택으로 민간 공급을 유인하고 품질만 관리하는 방식이 공급 총량을 늘리는 데 더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영국 - Ofsted 등록 차일드마인더, 인증받은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

영국은 아이 돌봄 인력을 국가가 직접 고용하거나 배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Ofsted'라는 감독기구에 개인 차일드마인더가 직접 등록하고,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열어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돌봄 인력의 자격과 교육 이수 여부는 'Skills for Care' 같은 별도 기구가 품질 기준에 맞춰 관리하고, 돌봄품질위원회가 정한 표준화된 서비스 기준과 연계해 교육과정 자체를 설계합니다. 즉 정부는 매칭을 독점하지 않고 '품질 검증자' 역할만 맡고, 실제 공급과 가격 형성은 시장에 맡기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진입장벽이 낮아 공급자 수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고, 단점은 지역별 가격 편차와 접근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프랑스 - 크레쉬와 아씨스탕트 마테르넬의 이중 트랙

프랑스는 집단보육시설인 크레쉬(Crèche)와 가정 내에서 아이를 돌보는 인증 보육모, 즉 아씨스탕트 마테르넬(assistante maternelle agréée) 제도를 병행 운영합니다. 두 트랙 모두 가족수당기금인 CAF(Caisse d'allocations familiales)를 통해 재정 지원을 받는데, 이 기관이 크레쉬 운영 예산은 물론 가정보육모에게 지급되는 수당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합니다. 핵심은 '기관 중심 돌봄'과 '가정 중심 돌봄'을 경쟁시키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두 축으로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국가와 가족의 공동 책임이라는 관점 아래 저출산 대응 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육아지원정책을 추진해온 역사가 길다 보니, 공급 기반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다층적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4. 세 나라를 관통하는 공통점, 그리고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

세 나라의 방식은 세부적으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부가 '매칭'과 '품질 관리'를 분리했다는 점입니다. 독일은 세제로, 영국은 인증기구로, 프랑스는 이중 트랙 재정지원으로 각기 다른 방식을 택했지만, 세 나라 모두 정부가 공급의 유일한 창구가 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아이돌봄서비스는 여성가족부 산하 시스템이 신청부터 매칭까지 전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입니다. 민간 등록제를 열어놓았다지만, 등록된 민간 기관이 기존의 중앙 매칭 체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등록 이후 실질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민간이 들어올 이유가 없습니다.

 

필자는 이 문제의 본질이 '예산 부족'이 아니라 '공급 설계의 부재'에 있다고 봅니다.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돌봐줄 사람이 늘지 않으면 대기줄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반대로 독일의 세액공제나 영국의 인증형 시장 개방처럼,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시장에 들어올 유인을 만들어주는 설계가 병행되지 않는 한, 한국의 아이돌봄서비스는 매년 대기일수 최장 기록을 갱신하는 뉴스를 반복해서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지원 대상 확대보다 공급 구조 개편이 먼저다

2026년 제도 개편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소득 기준 완화, 취약가구 지원시간 확대, 국가자격제 도입 모두 방향 자체는 옳습니다. 다만 이 모든 변화가 '더 많은 사람이 신청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집중돼 있을 뿐, '더 많은 사람이 공급자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유인 설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해외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돌봄 공급을 정부가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예산을 늘려도 병목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등록만 받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등록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제도로의 전환이 지금 한국 아이돌봄서비스에 필요한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국회예산정책처 「저출생 극복을 위한 아이돌봄 지원 사업 개선방안」, 여성가족부 2026년 아이돌봄 지원사업 안내, 관련 언론 보도(헤럴드경제·더퍼블릭) 및 해외 보육정책 비교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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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만 늘어나는 아이돌봄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