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내놓은 지 5년이 지났습니다. 그린뉴딜에는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든다는 약속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일자리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과 소득 격차가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 둘을 모순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두 지표가 애초에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린뉴딜이 무엇을 약속했는지, 분배 지표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 줄 장치가 왜 없었는지를 차례로 따져 보겠습니다.
1. 그린뉴딜이 약속한 것: 투자, 감축, 그리고 일자리
먼저 계획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4조 원(국비 42.7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65만 9천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비의 내역은 녹색 인프라 12.1조 원, 신재생에너지 24.3조 원, 녹색산업 육성 6.3조 원이었습니다. 돈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 설비에 들어가도록 짜인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용량(태양광·풍력)은 2019년 12.7GW에서 2025년 42.7GW로 늘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온실가스는 2025년 국가 감축 목표량의 20.1%에 해당하는 1,229만 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린뉴딜의 성적표는 원래 설비 용량, 감축량, 일자리 수라는 세 가지 총량으로 매겨지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디지털 뉴딜, 안전망 강화까지 합친 한국판 뉴딜 전체의 일자리 목표는 190만 개였고, 그중 그린뉴딜 몫이 65만 9천 개였습니다. 이 목표에서 눈여겨볼 점은 '몇 개'만 있고 '어떤 일자리이며 누구에게 돌아가는가'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5년 뒤의 격차가 이 빈칸에서 이미 예고되었다고 봅니다.
2. 분배 지표가 보여주는 현재 위치
이제 반대편 숫자를 보겠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5로 전년보다 0.002 올랐고, 소득 5분위배율은 5.78배로 0.06배p 커졌으며,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0.4%p 높아졌습니다.
변화 폭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불평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기보다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산입니다. 고소득층의 자산이 크게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은 줄어들어 소득분위별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득 지표는 그나마 복지 이전으로 방어되는 반면, 자산 쪽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짚어 두겠습니다. 이 통계만으로 그린뉴딜이 불평등을 키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기간 부동산과 금융시장, 코로나 이후의 물가와 금리가 훨씬 큰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그린뉴딜이 불평등을 만들었는지가 아닙니다. 불평등을 줄이도록 설계되지 않았고, 그래서 줄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3. 귀속의 비대칭: 누가 일하고, 누가 소유하고,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
일자리 총량과 분배가 어긋나는 구조를 저는 '귀속의 비대칭'이라는 틀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녹색전환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새로 생긴 일자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새로 생긴 이익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전환의 비용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입니다. 그린뉴딜은 첫 번째 질문에만 숫자로 답했고 나머지 둘은 거의 비워 두었습니다.
(1) 일자리의 귀속: 세어지는 일자리와 남는 일자리는 다릅니다
일자리 통계는 창출된 자리의 개수를 세고 그 자리가 몇 년 유지되는지, 임금이 어느 수준인지, 누가 채우는지는 세지 않습니다. 태양광 설치, 건물 리모델링, 충전 인프라 구축 같은 사업은 성격상 시공 단계에 일자리가 몰리기 쉽습니다. 이 부분은 제 분석적 판단이며, 설비 유형별 고용 지속 기간과 임금 수준은 실측 자료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늘어난 일자리가 기존 취약계층의 소득 사다리로 이어졌는지가 핵심입니다. 5년간 이 질문에 답하는 통계가 정책의 성과 지표로 자리 잡은 적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답의 일부입니다.
(2) 이익의 귀속: 발전소는 지어졌는데 수익은 어디로 갔는가
정부도 이 문제를 완전히 놓친 것은 아닙니다. 계획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지역 주민에게 융자를 지원하는 '국민주주 프로젝트'와, 수익이 주민에게 환원되도록 하는 이익공유모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방향은 옳았습니다. 다만 전체 예산 구조에서 이 장치들은 곁가지였습니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부지와 자본을 가진 쪽이 수익을 가져가기 쉬운 구조이고, 자산 격차가 이미 벌어져 있는 사회에서는 투자 기회 자체가 불평등하게 분포합니다. 녹색전환에 돈을 붓는 일이 자산 소유자에게 새 수익원을 열어 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AI 전환을 두고 위험은 개인에게, 이익은 법인에게 쏠리는 '위험과 이익의 탈구'를 이야기했습니다. 녹색전환에서도 같은 구조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익의 분배 규칙을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성장의 과실은 소유자에게 먼저 도착합니다.
(3) 비용의 귀속: 전환의 짐은 가장 좁은 곳에 떨어집니다
석탄화력이나 내연기관 같은 전통 산업의 노동자와 지역은 전환의 비용을 가장 먼저, 가장 집중적으로 치릅니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당시 정부 정책이 기업의 녹색전환 지원에는 집중하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상은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를 '딜이 없는 그린뉴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와 비교되는 EU의 공정전환 메커니즘은 433억 유로의 공적 재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2027년까지 최소 1,500억 유로를 조성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규모의 차이는 그대로 인식의 차이입니다.
참여연대도 한국판 뉴딜 초기부터 경제활력 제고가 주된 취지였고 노동의 자리가 없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저는 이 지적이 오늘까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은 '뉴딜'인데 뉴딜의 핵심이었던 노동과 사회보장의 교환 조항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4. 제도의 공백: 정의로운 전환은 왜 늦어졌나
전환 노동자를 지원하는 법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여야 의원 발의로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 자료는 당시 시점의 것이므로 현재 처리 상황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기서 한국 복지정책의 오래된 패턴을 봅니다. 위험이 눈에 보이게 터진 뒤에야 대응 입법이 논의되는 '사후 대응형' 구조입니다. 전환 노동자 보호는 전환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되어야 하는데, 시작한 뒤에 논의되면 그 사이 비용은 이미 특정 지역과 계층에 쌓입니다.
또 하나의 공백은 목표의 성격입니다. 그린뉴딜의 정책 문서는 일자리를 창출 건수로 말했지, 취약계층 고용 비중이나 지역 배분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책 목표가 분배를 언급하지 않으면 예산 집행 단계에서 분배를 고려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5. 낙관적 전망이 놓치는 것
그린뉴딜을 옹호하는 연구들은 대체로 고용 효과에 낙관적입니다. 그린피스가 소개한 한 연구는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2022~2030년 사이 81만~86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추정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일자리 총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문제는 이런 전망이 순증만 계산하고 이동의 비용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사라지는 자리와 생기는 자리가 숫자로는 상쇄되더라도, 사라지는 자리의 주인과 생기는 자리의 주인은 다른 사람입니다. 나이, 지역, 기술이 다르면 이동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총량 분석은 '평균적인 경제'를 위한 도구이고, 불평등은 평균이 아닌 분포의 문제입니다.
6. 3축 프레임으로 다시 짜는 녹색전환의 분배 설계
이 시리즈에서 계속 사용해 온 세입, 사회보험료, 재정지출의 3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6-1. 재정지출
가장 시급한 부분입니다. 녹색 투자 예산 안에 전환 노동자의 재훈련과 소득보전, 지역 경제 대체 산업을 위한 기금을 구조적으로 넣어야 합니다. 부수 사업이 아니라 별도 회계 항목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예산 삭감기에도 살아남습니다.
6-2. 사회보험료
프로젝트형·비정규 성격이 강한 설치·시공 분야의 노동자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녹색 일자리가 늘수록 사회보험 가입 기반도 함께 넓어져야 합니다. 일자리의 양만 늘고 보호 체계가 그대로라면, 새 일자리는 새 사각지대를 만듭니다.
6-3. 세입 축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과 사회로 환류시키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주민 참여형 모델을 예외적 사업이 아니라 기본 조건으로 삼아야 합니다. 탄소 관련 수입이 생긴다면 그 사용처에 저소득층 에너지 비용 지원과 전환 지원을 우선 배정하는 원칙도 논의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 세 축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지출로 재훈련을 지원해도 사회보험 밖의 일자리로 돌아가면 소득 안정은 오지 않고, 이익 환류 규칙이 없으면 지출 재원이 계속 커져야 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 그린뉴딜이 불평등을 키웠나요?
통계만으로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기간 자산시장과 물가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이 훨씬 컸습니다. 다만 분배 개선을 목표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서로 확인됩니다.
Q. 그린뉴딜 일자리는 실제로 몇 개 만들어졌나요?
계획상 목표는 65만 9천 개였습니다. 실제 창출 실적과 고용의 질은 기획재정부의 한국판 뉴딜 성과 점검 자료 등 원자료로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계획과 분배 지표의 구조적 불일치를 다룹니다.
Q. 정의로운 전환이란 무엇인가요?
탄소중립 과정에서 일자리와 소득을 잃을 수 있는 노동자와 지역이 전환의 비용을 혼자 떠안지 않도록 재훈련, 소득보전, 지역 대체산업 육성 등을 함께 설계하는 접근입니다.
뉴딜의 '딜'을 다시 묻습니다
1930년대 미국 뉴딜이 남긴 유산은 공공사업의 규모가 아니라 사회보험과 노동권이라는 제도였습니다. 한국의 그린뉴딜은 투자와 감축, 일자리를 세는 데는 성공적일 수 있었지만, 그 성과를 누구와 나눌지를 정하는 데는 침묵했습니다.
일자리가 늘었는데도 불평등이 줄지 않는 것은 정책이 실패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정책이 묻지 않은 질문이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음 녹색전환 계획에는 몇 개의 일자리인지와 함께 누구의 일자리인지, 이익은 어디로 가는지, 비용은 누가 내는지가 목표 항목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딜'이 있는 뉴딜이 됩니다.
[참고자료]
- 관계부처 합동,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2020.7.14.) 및 그린뉴딜 정리 자료: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4조 원(국비 42.7조 원), 일자리 65.9만 개 창출 계획과 국비 분야별 배분(녹색 인프라 12.1조, 신재생에너지 24.3조, 녹색산업 6.3조)
- 아주경제(2020.7.14.) 한국판 뉴딜 보도: 한국판 뉴딜 전체 일자리 190만 개 목표 중 그린 65.9만, 디지털 90.3만, 안전망 33.9만
-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그린뉴딜 첫걸음 자료: 온실가스 1,229만 톤 감축 계획, 재생에너지 12.7GW→42.7GW 목표, 국민주주 프로젝트 및 이익공유모델
- 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2025.12.4.): 2024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 0.325, 5분위배율 5.78배, 상대적 빈곤율 15.3%. 머니투데이 보도(2025.12.5.)는 소득분위별 자산 격차 확대를 전함
- 이투데이(2021.5.11.), 「그린뉴딜의 그림자」: 이승윤 교수의 '딜 없는 그린뉴딜' 비판과 EU 공정전환 메커니즘 재원 규모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2020.10.), 「노동 없는 '한국판 뉴딜'」: 한국판 뉴딜이 경제활력 중심으로 출발했다는 비판
- 국회 보도자료: 노동전환 지원 관련 법안(이수진·강은미·임이자 의원 발의안)의 환경노동위원회 계류 사실
- PERI(마시추세츠 대학 정치경제연구소) 한국 에너지 대전환 일자리 분석(2022.3.): 2022~2030년 81만~86만 개 고용 창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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