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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시대, 복지국가의 설계 원칙은 왜 바뀌어야 하는가 복지국가를 둘러싼 논쟁은 대개 "지출을 늘릴 것인가 줄일 것인가"라는 규모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그러나 인구절벽이라는 변수 앞에서는 이 질문 자체가 핵심을 비켜갑니다. 문제는 복지 지출의 크기가 아니라, 그 지출을 떠받치는 설계 원칙이 애초에 어떤 인구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졌는가에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세기 복지국가 설계에 암묵적으로 내장된 세 가지 인구 전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짚고, 그 전제가 무너진 자리에서 원칙 자체를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왜 지금 원칙을 바꿔야 하는가 - 무너지는 인구피라미드통계청의 최신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 2026. 9. 16.
저성장 시대의 복지국가, 파이가 작아지면 분배 원칙도 바뀌어야 하는가 복지 논쟁은 오랫동안 "얼마나 쓸 것인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질문의 무게중심이 조용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총량이 아니라 배분, 즉 "같은 돈을 누구에게 어떤 원칙으로 줄 것인가"가 실제 정책의 쟁점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2026년 9월 발표된 기초연금 개편안이 그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성장이 복지국가의 분배 원칙에 어떤 압력을 가하는지, 그리고 그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지를 따져보려 합니다. 1. 저성장은 정확히 무엇을 줄이는가먼저 전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저성장 시대라고 해서 복지 예산의 절대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2026년 9월 의결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총지출은 2026.. 2026. 9. 15.
복지국가는 성장을 저해하는가 - 50년 논쟁의 결론 복지 지출을 늘리면 성장이 둔화된다는 명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정책 논쟁의 상수처럼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명제를 국가 간 장기 데이터로 검증한 연구들은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쿤의 "큰 트레이드오프"에서 시작해 최근의 실증 연구에 이르기까지 논쟁의 흐름을 짚어보고, 왜 이론적 직관과 통계적 현실이 이렇게 어긋나는지를 필자 나름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오쿤의 "큰 트레이드오프", 논쟁의 출발점이 논쟁의 원형은 예일대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1975년 제시한 "평등과 효율성: 큰 트레이드오프"라는 틀입니다. 오쿤은 재분배를 "구멍 난 양동이"에 비유했습니다. 부유층에게서 걷은 돈을 빈곤층에게 옮기는 과정에서 행정비용과 근로 의욕 저하라는 누수가 .. 2026. 9. 14.
재벌 중심 성장모델이 남긴 복지 공백 - 기업복지의 그림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같은 월급명세서를 받아도 실제 손에 쥐는 것이 다릅니다. 사택, 학자금, 의료비 지원, 사내근로복지기금까지 더하면 격차는 임금표에 적힌 숫자보다 훨씬 벌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격차가 어쩌다 생긴 우연이 아니라, 재벌 중심 성장모델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는 점을 짚어보려 합니다. 1. 기업복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기업복지란 법으로 정해진 4대 보험이나 퇴직금 같은 법정복지를 넘어, 기업이 자발적으로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급여성 혜택을 말합니다. 사택 및 주택자금 대출, 자녀 학자금, 의료비 지원, 경조사비, 선택적복지제도(카페테리아 플랜), 그리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한 각종 지원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런 혜택이 '기.. 2026. 9. 13.